발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직무발명 세금제도 [고영회]


발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직무발명 세금제도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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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직무발명 세금제도

2019.04.22

어느 대학 교수는 작년 학교에서 급여를 압류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특허권을 학교 산학협력단에 넘겼고, 그 특허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술료를 받았고, 산학협력단은 기술료 중에서 일부를 발명자에게 직무발명 보상금으로 지급했습니다. 그때 보상금에 붙는 소득세를 걷지 않았으니 앞으로 나갈 봉급을 압류하여 징수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재작년과 작년에 이런 통지를 받은 교수나 연구원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뿔이 나 있습니다.

특허제도에는 일반 상식과 다른 것이 꽤 여러 개 들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직무발명제도입니다. 회사가 직원을 채용하여 일을 시킬 때, 회사는 직원에게 봉급을 줍니다. 그 직원이 일하여 만든 것과 벌어들인 돈은 회사 차지가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발명)한 때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해야 할 일(직무)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도 그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권리(특허권)는 회사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개발한 직원에게 갑니다. 그게 직무발명제도입니다. 회사 경영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일 겁니다. 그러면 회사는 어쩌라고요? 네, 회사는 발명자가 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통상실시권)만 얻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제도가 그렇습니다.

이때 회사의 형편을 고려하여 그 특허권을 회사가 양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습니다. 회사는 발명자에게 보상금(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하고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연구자의 창의적인 능력을 끌어 낼 수 있게 만든 제도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머리를 굴려야 나올 수 있다는 원리에 기초하여 만든 제도입니다(발명진흥법 15조). 이렇게 하는 것이 발명자의 창의력을 살릴 수 있고, 나아가 회사에도 좋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회사(위 사례에서는 대학의 산학협력단)가 특허권을 양수하면서 발명자에게 주는 보상금에 대한 세금 때문에 터졌습니다. 특허를 넘긴 대가로 보상금을 받았을 때, 그 보상금의 성격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소득세법은 오래전부터 직무발명보상금은 비과세소득으로 보고(소득세법 12조) 세금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발명을 장려하는 제도(특허법, 발명진흥법 등)를 고려하여 만든 제도라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개정된 소득세법이 2017년부터 시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비과세 한도를 넘는 보상금에 대해서는, 현직에 있을 때에는 근로소득으로 보고, 퇴직한 뒤에는 ‘기타 소득’으로 보는 것으로, 즉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보상금액을 근로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이른바 ‘세금 폭탄’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발명보상금 거의 전액에 최고 소득세율이 적용되니 비명이 나오게 생겼습니다.

현행 제도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발명을 장려하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발명 보상금은 비과세 소득이었습니다. 그것을 갑자기 과세 소득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발명 장려 정책은 필요 없어졌다는 뜻일까요?
둘째, 소득세법 21조는 산업재산권 '양도'소득은 기타 소득으로 본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직무발명 '양도'에 따른 보상금은 근로소득으로 봄으로써 같은 세법 안에서 자체 모순입니다. 이 점은 대법원 판결에서도 직무발명 보상금은 기타 소득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제도를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발명 보상금을 과세로 전환하면서 현직자에게는 근로소득으로 적용하고, 퇴직지에게 기타 소득으로 적용합니다. 직무발명 보상금이란 뿌리가 같은데도 현직자와 퇴직자를 구분하여 차별하는, 말하자면 퇴직하면 소득세를 덜 무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연구원이 빨리 퇴직하여 더 이상 발명하지 말고, 개발된 특허도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뜻일까요?

입법 과정을 살펴보면,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각 부처 의견을 들었을 것입니다. 특허법과 발명진흥법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이 주무부처입니다. 이들은 발명장려제도를 무너뜨리는 법안이 돌고 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주로 과학기술자가 기술을 개발(발명)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하는 각 부처가 저 법안을 검토할 때 과학기술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기획재정부가 낸 소득세법 개정안은 발명장려제도와 과학기술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법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 의견을 조율할 때에는 아무 말 없이 지내갔던 것 같습니다. 변리사단체와 발명가단체도 문제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막상 시행되니 과학기술자만 비명을 지르게 됐습니다.

지난 18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다시금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세금제도를 원탁토론회에 올렸습니다. 보통 토론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있기 마련인데, 이날 토론에서는 제도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말만 넘친 자리였습니다.

다행히 직무발명 보상금 관련 소득세법을 바로잡는 개정안이 제출(2017.11.14. 대표 발의 김경진 의원)되어 있습니다. 빨리 제도를 바로잡아 발명을 장려하는 제도가 더 망가지지 않길 기대합니다. 이왕이면 그동안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게 개정법 시행시기를 소급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기술기반을 지키는 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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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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