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대한민국]최저임금의 배신···20대 "알바 못 구해 생계 더 막막"/청년 울리는 "청년수당"…"구직 않고 오래 놀수록 돈주는게 말 되나"


저임금의 배신···20대 "알바 못 구해 생계 더 막막"


    경기도 의정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계상혁(48·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씨는 올해 들어 하루도 쉰 적이 없다. 평일은 하루 12~16시간씩 근무하고, 주말에도 일한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용과 생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가 채용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 주기가 빠듯해지자 자신의 근무시간을 늘렸다. 2005년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후 4개까지 확장했던 점포도 지난해 한 곳만 남겨놓고 정리했다. 계씨는 “경기불황으로 가게 매출은 줄었는데, 아르바이트생 월급이 인상되니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이럴 바에는 편의점 운영을 접고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폐점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많은데, 정부는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린다고 하니 두렵기만 하다. 소득주도성장이 자영업자들에겐 희망이 아닌 절망 고문이 됐다”고 한탄했다. 



  

국가미래연 분석 빅데이터 보니

자영업자, 월급 부담 몸으로 때워

청년들 “소득 상승 효과 체감 못해”

소득주도성장 관련 정책 호감도

6개월 만에 62% → 27% 반토막


지난 2월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모(26·여)씨는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 중이라 생활비 마련이 시급한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찾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에서는 하루 2시간씩 일하는 사람을 원하고, 회사 사무보조 업무도 일주일에 2~3일 일할 근무자를 뽑는다. 이씨는 “취업은커녕 당장 먹고살 걱정 하느라 밤잠을 설친다”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친구들도 알바에서 잘렸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체감하질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내놨지만, 고용과 생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빅데이터 전문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2017년 7월~지난해 말까지 1년6개월간 빅데이터 1억20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 언급량과 호감도 변화


국가미래연구원과 타파크로스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관련 단어의 언급량을 토대로 정책에 대한 호감도를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한 2017년 7월 당시 37.7%이었던 호감도는 같은 해 11월 62.4%로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 지난해 1월 40%로 떨어지더니 그해 5월 26.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호감도는 31.4%로 나타났다. 

  

이재묵 한국외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초반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층의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활성화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반대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호감도는 언급량과 대체로 반비례했다. 호감도가 높았던 2017년 하반기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언급량이 한 달에 1만 건 내외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언급량이 점점 증가하더니 지난해 8월에는 8만2305건으로 최고량을 기록했다. 빅데이터 조사를 진행한 김용학 타파크로스 대표는 “지난해 5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개편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사 양측에서 반발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언급량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인식도 안 좋게 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발표 초반에 긍정적이었던 ‘감정 키워드’는 2018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감성어를 분석해 보니 2017년 하반기에는 ‘새로운·필요한·다양한’과 같은 긍정 키워드 비율이 51.6%로 부정(30.3%)보다 많았다. 하지만 1년 뒤에는 ‘우려·논란·어려운·최악’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 비율이 39.3%로 긍정적인 평가(31.9%)를 앞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없애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사진은 ‘알바 문의 사절’을 내건 한 편의점 모습. [연합뉴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정책에 대한 성과가 1년 넘게 안 나오고 있는데도 현 정부에서는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으니 국민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는 목표와 방향이 좋으면 방식이 서툴러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산업경제학) 교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문제점을 인정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궤도를 바꿔야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노력을 하기보다 비판적인 여론을 방어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서민들의 삶이 더 궁핍해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온라인 여론은 크게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나뉘었다. 국민은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경제성장(11%), 노동권 강화(9.7%), 재분배 실현(7.2%)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정책실패(8.8%), 세금사용(8.5%), 기업투자 감소(7.6%), 속도 조절(7.2%), 자영업 부담 증가(6.3%) 등을 걱정했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통해 어떤 이슈가 화제가 됐고,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했다. 이슈에 관한 키워드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1년6개월간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780개 이슈를 선정했고, 총 1억1957만여 개의 반응이나 언급을 분석했다. 사회·정치·경제별로 화제성과 중요도가 높은 이슈를 정해 각 이슈에 관한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를 추출했다. 또 이번 조사에선 2015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1년6개월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시대정신의 변화상도 확인했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

특별취재팀=윤석만·남윤서·전민희 기자, 김혁준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중앙일보




청년 울리는 "청년수당"…"구직 않고 오래 놀수록 돈주는게 말 되나"


일자리 대신 "현금 살포"

청년 5만명 줄세운 정부

1만여명 선정해 구직활동 수당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가 첫 달에만 5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달 25~31일 7일간 접수한 결과다.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이 25.1%에 달하는 등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난 속에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는 청년이 대거 몰리면서 선정 결과 발표일인 지난 15일에는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4만8610명이 신청했으며 이 중 1만1718명을 선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일정한 자격 조건만 맞으면 ‘선착순’으로 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렸다. 고용부는 선정된 청년에게 예비교육을 거쳐 다음달 1일 50만원(클린카드 포인트)을 지급한다.


고용부는 올해 이 사업 예산으로 1582억원(약 8만 명 대상)을 책정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는 2017년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청년수당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고용부 외에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청년 고용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졸업 후 2년 이내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포퓰리즘적인 청년실업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늘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당첨자 발표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사이트가 먹통이네요. 접속에 성공하신 분 있나요?”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결과를 통보한 지난 15일 한 온라인 취업준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당첨자’ 발표시간으로 예정됐던 이날 오후 6시30분 이후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청년센터 홈페이지는 한동안 접속되지 않았다. 당첨 여부를 확인하려는 청년수당 신청자 등 수만 명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체감실업률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장기 취업준비생도 실업자에 포함한 개념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에서 빚어진 이 촌극을 두고 청년 실업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유도라는 정공법 대신 일회성 ‘현금수당’을 통한 임기응변식 청년실업 대책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다.


  


구직활동지원금이 뭐길래…


고용부는 지난달 25~31일 7일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4만8610명이 신청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1차 심사 통과자 1만8235명 중 1만1718명에 대해 소정의 교육을 거쳐 다음달 1일 50만원(클린카드 포인트)을 지급할 계획이다.


구직활동지원금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반대 끝에 2017년 처음 시행한 ‘청년수당’ 제도를 전국화한 것으로 고용부는 지난달 첫 신청을 받았다. 지원대상은 만 18~34세 미취업자 중 △고교·대학(원) 졸업 또는 중퇴 2년 이내고 △중위소득 120%(4인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원이다. 선정된 청년들에게는 6개월간 월 50만원이 지원된다. 고용부는 올해 1582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8만 명에게 각 300만원을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할 계획이다.


70%에 달하는 대학진학률로 고학력 청년비중이 높은 데다 구직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취업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기준을 정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지원대상 선정 방식이다. 고용부는 청년수당을 졸업·중퇴 후 경과 기간이 길수록, 비슷한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없을수록 우선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기존의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나 지방자치단체의 비슷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면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역으로 졸업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그동안 어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지원 ‘0순위’가 된다는 얘기다. 졸업 후 구직프로그램 참여 등 노력을 했음에도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말 1주일간 신청한 4만8610명 가운데 지자체 취업프로그램 참여 경험자와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1차 심사대상에도 들지 못한 청년은 2만8700여 명에 달했다. 그동안의 구직 노력이나 졸업한 지 오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청년수당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된 셈이다.




“구직활동계획서 잘 쓸 필요 없어요”


첫 청년수당 신청에 1주일간 약 5만 명이 몰린 것은 사실상 ‘선착순’에 가까운 지원방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1차 심사를 통과한 청년 중 첫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1만1718명을 제외한 나머지 6500여 명은 이달 중 또는 다음달 신청 때 지원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용부는 예산 제약을 감안해 지원이 더 시급한 청년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중복지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졸업 후 경과기간 △유사프로그램 참여 여부 등의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9단계로 나눴다. 졸업 후 12~24개월 경과했으며 유사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없으면 1순위, 졸업 후 6~12개월 경과한 경우 2순위가 되는 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1순위에 해당하는 청년이 다음달에 신청하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16일 한 온라인 취업카페에는 청년수당을 신청한 A씨가 “구직활동계획서를 나름대로 정성 들여 썼는데 탈락했다”고 허탈해하자 “계획서 별 의미 없어요. 이번 달에 1만 명 정도 뽑는데 졸업 1년 이상(1순위)만 1만 명 넘는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고용부는 이 같은 불합리를 의식해서인지 지원 대상자로부터 월 1회 이상 구직활동보고서를 받고 적극 구직의사가 있는 1만 명에 대해서는 심층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현금성 수당이 아니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며 “수당을 주더라도 구직 노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한국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