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주목받는 문화재 방재 기술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이 나 첨탑이 소실되는 등 큰 손상을 입었다. 한국에서도 강원도 산불로 부근의 크고작은 문화재가 위협을 받았다. 중요한 문화재를 화재에서 구할 기술과 복원 방법이 주목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문화재는 화재 등 재난에 대한 대응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며 “평소 화재 피해를 막을 대책과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첨탑이 소실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사진제공 위키미디어


문화재 화재 대책은 주로 목조 건축물에 대한 대응으로 요약된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문화재방재연구소장)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석조건물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지붕과 첨탑, 비계, 주요 프레임 등은 나무 부재를 혼용해 썼다”며 “이번에 이 부분에 불이 나며 소실을 겪었다”고 말했다. 


목조 문화재는 일단 불이 붙으면 대응이 쉽지 않다. 가장 큰 장애는 문화재가 대부분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어 소화 기술을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명선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사무관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섬에 위치해 있는데다 주변이 (길이 좁은) 구도심이라 대형 방재 시설이 접근하기 어려워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하기가 힘들었다”며 “한국은 물론 전세계 문화재가 비슷한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아 대응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재난 발생 패턴이 급변해 예측해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이 시기에는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는 예측이 통했는데 현장에서는 최근에는 다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겪으며 문화재에 대한 기술적 방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사무관은 “국보와 보물 목조 문화재는100% 소방시설을 포함한 방재시설을 갖췄다”며 “민속, 사적, 등록문화재로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확충된 방재시설은 크게 네 가지로, 소화시설과 화재 경보, 폐쇄회로(CC)TV, 노후화를 개선한 전기시설이다.


핵심은 소화시설이다. 이 사무관은 “고방관용 옥외소화전과 일반인용 호스릴 소화전, 그리고 ‘방수총’이 있다”며 “특히 방수총은 최근 강원도 산불에서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방수총은 강한 수압으로 문화재 주변 수목에 물을 뿜어 적시는 시설이다. 물을 기화하는 데 열을 소비해 문화재 손상을 최소화한다.


일각에서는 건축 문화재 안팎에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는 기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무관은  “내부에 천장이 없는 전통목조건물 내외부에 스프링쿨러를 설치할 경우 경관이 크게 훼손된다”며 “현재 설치된 방재시설에 대해서도 ‘문화재 경관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역사학계 등에서 나오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산불일 경우, 불이 번져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이 사무관은 “산불 주관기관인 산림청 등에서도 산불이 번져오는 방법은 개발하지 못했다”며 “특히 문화재는 매우 연약하기 때문에,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쓰는 헬기를 통한 소화도 시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해서도 “헬기 사용이 필요했다”는 주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제기됐지만, 프랑스 정부가 즉각 “연약한 문화재에 헬기 사용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2005년 4월 4일 밤 강원도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제대로 진화가 안 돼 큰 불로 번지면서 인근 낙산사까지 불바다가 되는 참사로 이어졌다.




문화재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동현 교수는 새로운 재난 안전 관리 기술로 ‘회복 공학’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사고가 나면 사람이나 안전장치, 심지어 시스템을 차례로 점검하고 보강했다”며 “하지만 그래도 사고는 난다.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데 한번 만들어진 시스템을 그냥 유지하며 ‘매뉴얼’만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복 공학은 일상 상황에서 재난 관리 역량을 세부적으로 점검해 수치화하는 방법으로 수시로 평가하는 재난 안전 관리 기술이다. 안전 학습, 예방, 안전대응, 모니터링(감시) 등 분야에서 47개의 역량 평가 항목을 만들고 각각의 역량을 수시로 5점 만점의 점수로 평가한다. 주기적으로 평가를 하면 역량이 떨어지는 분야를 쉽게 알 수 있으며, 4점 이하로 떨어지는 분야가 나오면 그 분야의 역량을 끌어올리면 돼 구체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2015년과 2018년 각각 한국에서 벌어진 메르스 사태를 바탕으로 실제로 회복 공학을 통해 평가하는 사례 연구를 해보니, 2015년의 정부 대응은 역량평가점수가 2.87에 불과했는데 2018냔에는 4.35까지 올라간 것으로 평가됐다”며 그만큼 물샐 틈없이 관리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리 방법이 장점은 일상적인 관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중간에 갑작스러운 새로운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매뉴얼’ 중심의 기존 관리로는 돌발적인 사태가 생겼을 때 대처가 늦지만, 회복 공학은 평가 항목이 구체적이고 풍부해 대처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항공 사고나 병원 사고, 금융 사고 등에 많이 적용되는 추세인데, 문화재에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계기로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 직접 관리하는 문화재의 소방시설 점검과 현장 관리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국가지정 문화재 가운데 목조건축물은 469건에 이른다. 이들 관련 지자체에 방재시설 가동 여부 확인과 안전 경비원을 통한 현장 점검을 요청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4대 궁궐 등 중요한 문화재는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전담 인력이 편성돼 24시간 감시 체제를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화재로 소실된 문화재의 복원은  국제적인 관례에 따른다.  각국은 1964년 ‘남아 있는 원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것’, ‘사전에 확보된 기록에 따라 충실히 복원할 것’, ‘손상 또는 소실돼 사라진 부재 대신 새로운 부재를 쓸 때에는 반드시 그 사실을 기록할 것’을 내용으로 담은 ‘기념물과 사적지의 보존, 복원을 위하 국제헌장(베니스헌장)’을 채택했다. 이 사무관은 “한국을 포함해 최근 문화재 복원에는 베니스헌장을 충실히 따르는 게 국제적 추세”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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