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처하는 건축


재난에 대처하는 건축

[한은화의 생활건축]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최근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112배(1757㏊)가 불탔다. 피해시설이 3398곳, 이재민은 1160명(539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처 마련이 시급하다. 건축가(Architect), 어원으로 따지면 모든 지식을 총괄하는 사람이 두 장의 그림을 보내왔다. 일명 ‘컨테이너 트럭 키트’(사진)다. 

  

건축가 장윤규(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동성에 방점을 뒀다고 한다. 이재민을 멀리 옮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오래된 삶터 인근으로 임시 거처를 보낸다는 컨셉트다. 트럭 한 대에 필요한 공간이 접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펼치면 된다. 트럭 여러 대가 모이면 마을 같은 공간도 만들 수 있다. 건축가는 “재난 이후 이재민들이 학교 강당 같은 곳에서 사생활 보호 없이 계속 머물거나, 삶터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일종의 재난 대처용 ‘컨테이너 트럭 키트’를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트럭 키트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아이디어는 소중한 씨앗이다.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복구에 나선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는 동료 건축가들에게 “국소적인 제안이든, 이상적인 제안이든 무엇이든 제안해 달라”고 편지를 띄운다. 




그는 피해 복구기를 담은 저서 『내일의 건축』에서 복구에 임하는 기본자세로 ‘비판하지 말고, 당장 행동에 옮기고, 건축가로서 나를 초월해 무엇을 할지 생각할 것’을 꼽았다. 이재민들을 위한 마음의 쉼터 ‘모두의 집’은 그렇게 탄생했다. 임시 거처의 삶이 고단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일본은 이듬해 이 프로젝트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자국의 이재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냈다. 

  

우리도 재난 이후의 건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진·홍수와 같은 자연 재난뿐 아니라, 화재·미세먼지와 같은 사회 재난을 수시로 겪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뜻 있는 전문가들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재건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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