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급 격하된 주중 한국대사관 왜?


[단독] 등급 격하된 주중 한국대사관 왜?


  외교부가 작년 10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의 근무지 등급을 '가급’에서 '나급’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등급 조정은 올 상반기 외교관 정기인사 때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중대사관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국 외교에서 중국이 갖는 전략적 위치를 감안해 가급 공관 중에서도 ‘빅4’에 해당하는 ‘가1급’으로 꼽혀왔다. 외교부는 대중(對中) 외교 강화를 위해 동북아국이 담당하는 중국 업무를 떼어내 중국국(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 공관 지원자가 적어 유인책 차원에서 나급으로 등급을 낮췄다는 말이 외교부 안에서 나온다고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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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은 치안, 기후, 물가, 풍토병 등 주요 생활 여건에 맞춰 ‘가’, ‘나’, ‘다’, ‘라’ 4등급으로 분류된다. 가급 지역 공관은 미국(워싱턴), 일본(도쿄), 영국(런던) 등 주요 선진국 공관들이다. 나급 지역은 일부 유럽 지역과 동남아시아 국가, 다급 지역은 러시아(모스크바)와 남미, 라급 지역은 ‘험지(險地)’로 꼽히는 아프리카와 중동, 서남아시아 등 이다. 종전까지 베이징 주중대사관은 주미대사관(워싱턴), 유엔대표부(뉴욕), OECD대표부(파리) 등과 함께 사실상 ‘가1급’ 공관으로 분류됐다. 이렇게 보면 주중대사관 등급을 사실상 두단계 낮춘 셈이다. 


외교부가 주중대사관 등급을 낮춘 이유는 최근 젊은 외교관들의 중국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지난해 상반기 재외공관 인사를 앞두고 진행한 근무 희망지 조사에서는 베이징 주중대사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만큼 주중대사관 등급을 낮춰 중국 근무가 끝나면 라급 ‘험지’ 공관이 아닌 다급 지역으로 갈 수 있게 함으로써 중국 근무 지원자를 유치하려는 차원이란 것이다. 고육책 성격의 인센티브 조치인 셈이다.


외교부는 통상 외교관 인사를 치안이 불안하거나 인프라가 열악한 험지를 일컫는 '냉탕'과 선호하는 근무지인 '온탕', 그리고 '본부'를 번갈아 근무하는 식으로 한다. 라급 '험지'에서 근무하면 다음번엔 가급 등 선호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 가급 근무를 마친 외교관은 라급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이다. 나급 근무자는 라급보단 생활 여건이 좋은 다급 공관으로 가고, 다급 근무자는 나급으로 이동하는 식이라고 한다. 근무여건이 좋은 재외공관으로 외교관들이 쏠리는 인사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 공관이 전통의 인기 공관인 워싱턴·유엔 못지않게 뜨고 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툴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국제 위상과 우리 외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미국 업무를 담당하던 외교관들도 잇따라 중국 근무에 손을 들었다. 그런데 4~5년전부터 중국 공관 인기가 식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외교관들 사이에서 ‘기피’ 지역으로까지 꼽힌다는 것이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중국 공관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미세먼지와 물가 급등이 꼽힌다. 예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는 연평균 58㎍/㎥으로 서울(25㎍/㎥)의 2배가 넘는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부담이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국가는 험지로 분류돼 수당이 더 나오지만 베이징은 해당이 안 된다. 미국 등 주요국은 '스모그 위험수당'을 지급한다.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혐한(嫌韓) 기류가 커진 것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젊은 외교관들이 경력 관리 차원에서 특정 공관에 가겠다고 지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전담 중국국이 현장 인력을 채우지 못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10년 전만 해도 앞으로 외교관으로 크게 되려면 중국을 몰라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는데 다 옛말이 됐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박정엽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4/20190414000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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