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60주년, 장관도 안가고 '훈포장 0'


원자력硏 60주년, 장관도 안가고 '훈포장 0'


청와대·총리실 축하 영상 메시지조차 없어

1차관만 참석 '홀대'


10년전엔 장관·외교사절 등 

정관계 고위인사 100여명 몰려 '성대'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된 규모로 열린다. 국산 첫 원전을 만들고 핵연료 국산화를 이끈 '원자력 기술 자립'의 상징이 홀대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연구원의 10주년 단위 창립식은 과거에는 원자력 기술 발전에 기여한 전·현직 연구원들에게 정부가 각종 훈·포장을 주는 '원자력 연구자들의 잔칫날'과 같은 행사였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는 원자력연구원 60주년 행사에서는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이 한 건도 없다.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 10건이 전부다. 반면 지난 2009년 50주년 기념식 때는 훈장 2명과 포장 2명,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포함해 총 40명이 수상했다. 10년 전보다 포상 규모가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는 행사 규모도 크게 줄였다. 60주년 행사장을 찾는 최고위직 인사는 과기정통부 문미옥 1차관이다. 청와대·총리실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축하 영상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요즘은 뛰어난 연구 성과가 나와도 외부에 자랑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총리실에 국무총리의 참석을 요청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50주년 행사 당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과학기술특보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주한 벨기에·브라질 대사와 미국·일본 대사관 관계자 등 각국 외교사절도 참석했다. 한승수 당시 총리도 참석하기로 했다가 당일 다른 일정이 생겨 가지는 못했다. 당시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정관계 고위층만 100여 명이 몰렸다.


원자력연구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과학기술 연구 기관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지시로 1959년 설립됐고 정부의 전폭 지원 속에 한국이 원전 강국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정희 정부에선 국내 첫 상용 원전인 '고리 1호기' 개발을 주도했고 김영삼 정부 때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도 원자력연구원 연구자들이 이룬 쾌거다. 원자력연구원은 직원 1400명 중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1200명에 이른다.


하지만 탈(脫)원전을 앞세운 이번 정부가 들어선 후 원자력연구원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 최고의 원전 관련 연구 기관인 아르곤연구소와 공동 진행하던 차세대 고속 원자로 연구는 이번 정부 출범 뒤 중단됐다. 새로운 원전 기술은 불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하재주 원장은 지난해 11월에 임기를 2년 남겨두고 사퇴하기도 했다. 본인은 "정부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년 전부터는 대전 지역 시민 단체들이 연구원 정문에서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본사 건물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가 방사선 유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 출신 한 원로 과학자는 "10년 전만 해도 원자력이 한국의 100년을 책임질 산업으로 기대를 받다가 이제는 적폐로 여겨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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