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마다 찝찝한 샴푸...얼마나 해로울까


쓸 때마다 찝찝한 샴푸...얼마나 해로울까


"샴푸에 들어있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내 몸을 병들게 한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통해 순식간에 흡수돼 체내에 축적된다."


    이른바 '샴푸의 불편한 진실'로 알려진 글의 요지다. 샴푸에 들어있는 합성 계면활성제의 독성이 간과 뇌, 각종 장기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인데,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SNS를 통해 널리 확산했고 지금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인체에 유해한 샴푸를 피하기 위해 비누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더하기도 한다.


"물로 씻어내는 제품은 안전"


The Independent

edited by kcontents


샴푸에 들어있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정말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걸까? 




2012년 `공공의 적'된 계면활성제…하지만 


계면활성제는 간단히 말해서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 종류도 많아 샴푸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 약, 세제, 치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활용품에 쓰이고 있다.


계면활성제가 본격적으로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게 된 건 2012년이다. 그전에도 간간이 계면활성제의 유해성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건 ‘농약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되면서부터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의 홍세용 교수팀은 2012년 1월 "농약중독과 이에 따른 사망이 실제로는 계면활성제의 독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연구팀은 지난 3년간 국내 제초체 등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의 세포독성 여부를 조사하고, 농약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107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인 '글라이포세이트(glyphosate)'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사람이 마신 계면활성제의 양이 8㎖를 넘으면 47%의 환자에서 저혈압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의식소실(39%), 호흡부전(30%), 신장기능손상(17%), 부정맥(10%)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계면활성제의 음독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홍세용 교수는 "농약을 음독한 양이 많으면 사망할 수 있는데, 이는 농약 성분 때문이 아니라 첨가물인 계면활성제의 독성 때문"이라면서 "계면활성제의 인체 중독이 심각한 만큼 농약병이나 포장지에 첨가제에 대한 정보를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각종 생활용품에 함유된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으로 연결돼 보도됐고 샴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도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그만큼 생활용품 속 계면활성제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홍세용 교수팀의 연구는 고농도의 농약 원액을 실수로 혹은 인위적으로 음독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생활용품 속 계면활성제의 유해성과 연결지을 순 없다.


홍 교수도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연구는 희석이 안 된 고농도 농약을 마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이를 생활용품의 유해성과 연결지어선 안 된다. 제조사가 사전에 충분히 안전성을 고려해 제품을 만들고 정부도 엄격하게 안전성 검사를 하는 만큼 너무 과잉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당부에도 '샴푸에 함유된 계면활성제는 치명적'이라는 내용은 지속적으로 퍼져나갔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로 씻어내는 제품은 안전"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연구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지난해 생활용품 속 합성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놨다. 


샴푸만 사용했을 때가 아닌, 다른 기초화장용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해 연구한 것이다. 다방면으로 접하게 되는 합성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샴푸에 많이 사용되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물론 자외선 차단제와 화장품에 첨가되는 16가지 합성 계면활성제 성분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물질에 대한 위해평가는 ‘위해평가 방법 및 절차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과 ‘화장품 위해평가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공식적인 방법과 절차에 따라 위험성 확인 → 위험성 결정 → 노출 평가 → 위해도 결정의 4단계로 진행됐다. 위험성 결정은 독성 전문가 그룹과 `화장품 분야 위해평가 전문위원회'의 최종 검토를 거쳤다. 


그 결과 세척제나 샴푸처럼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경우 인체 위해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합성 계면활성제의 피부흡수율은 1.2~2.4%로 낮게 나타났고 물에도 잘 녹아 체내 축적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체내 대사가 용이한 것으로 평가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관련 위해평가를 통해 샴푸와 같이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일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걸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독성물질 국가관리 프로그램(NTP, National Toxicology Program)이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널리 사용되는 계면활성제 성분 중 하나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유전 독성실험에서 유해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광고 아니라지만 알고 보니 광고?

계면활성제의 독성을 알린 홍세용 교수의 당부와 식약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샴푸의 불편한 진실'글은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유통 경로를 쫓다 보니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연락처가 남겨져 있는 것이었다. 글에 따라 그 내용과 연락처도 바뀌었지만, 패턴은 비슷했다. 더러는 "광고 글이 아니"라고 적시하기도 하고, 더러는 대놓고 광고를 하기도 했다. 



이른바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친환경 화장품을 파는 업체의 직원들이 남긴 연락처다. 해당 번호로 연락해보니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이 더 많이 된다."면서 특정 어플을 깔고 회원가입할 것을 종용했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한 제품 판매는 합법이다. 


결국, 친환경 제품을 파는 업체의 상술에 이 같은 정보가 악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같은 내용을 조금씩 변형해 다양한 형태로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글은 포털사이트 '맘 카페'나 건강 관련 카페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천연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좋은 샴푸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대부분 가격이 비싸다. 천연 계면활성제는 레시틴, 사포닌, 담즙산 등 동식물의 생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천연 계면활성제만 사용해 제품을 만들려면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동물 보호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어떤 제품을 이용하든지 간에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궈내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당부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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