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유감(有感) [김창식]


노래방 유감(有感)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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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유감(有感)

2019.04.05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래방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리지요. 교회당의 붉은 네온 십자가가 허공을 점거했던 석년의 밤 풍경 기억하시죠? 하지만 요즘 노래방의 사각 간판에 비하면 조족지혈, 아니 구상유취입니다. 노래방의 효용에 대해서는 호오(好惡)가 갈릴 것입니다. 우선 ‘사회악의 온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탈의 현장’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입니다. ‘성인들의 유일한 오락처’ ‘아쉬운 취객들의 2차 집결지’ 정도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을 법합니다.

문화 트렌드를 넘어선 요즘의 노래방 난립은 인정하고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래방의 이름도 진화(퇴화?)를 거듭해 헷갈리기만 합니다. ‘노래연습장’에서 시작해 ‘노래바’ ‘노래장’ ‘노래파’ ‘노래클럽’…. ‘단란주점’이나 ‘비즈니스클럽’도 식품업법상 분류는 모르지만 노래방의 범주에 속하겠죠. 참, ‘동노’도 있답니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전노래방’을 일컬음인데, 한자어로는 ‘銅노’. 어쩌면 ‘童노’인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둘 다입니까?

지나고 보니 젊음이 좋긴 좋았나 봐요. 한창 사회(회사!)에서 날리던 때 생각이 나네요. 그 무렵 노래방은 이를테면 인사고과장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루마리 휴지를 어떻게든 머리에 고정하고 상모 돌리는 동료나 부하직원이 있기 마련이었죠. 상사가 화끈하게 노는 것을 좋아해서입니다. 인사 평점을 염두에 두는 한편 흥에 겨워 몸을 흔들며 엉키다 보면 치아가 손상되기도 하고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었지요. 소통의 도구(마이크)와 화음을 돋우는 악기(탬버린)가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철이 너무 일찍 들었다고요?

몇 년 전만 해도 동창들을 비롯한 지인들과 1차 모임을 파하면 ‘구구구구’ 구수회의(鳩首會議)가 열렸지요. ‘2차로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심각한 주제로. 노래방에 가자느니, 당구장에 가자느니 간혹 빙충맞게 기원에 가자느니 설왕설래가 있긴 했지만, 그리고 의견취합 과정에서 우정 어린 다툼 끝 패가 갈리기도 했지만 결국엔 노래방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나이를 먹은 지금은 풍속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세월이 하수상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에요.

노년의 문턱을 넘어섰거나 기웃대는 어중간한 나이인 요즘은 모임을 파한 후 노래방 가자느니 누가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단연코 개념 없다고 구설수에 오릅니다. 우리는 이제 어지간한 모임이 아니면 그곳이 잠시 들르기로 했던 경유지인 양 서둘러 흩어집니다. 이 나이에(또 그놈의 나이 타령!) 무슨 ‘엄친아’도 아니고,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조 때리기는커녕 한 모금도 안 되는 생맥주 500CC에도 손사래를 치는 것이에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자분자분' 늙어가고 있답니다. 아니 ‘깨작깨작’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시적시적’. 아무튼 늙어가고 있다고요. 누가 뭐래도, 그것도 단체로!

지금도 이런저런 계제로 이따금 노래방에 가긴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노래 사례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선곡도 내 마음대로 못 하느냐고, 내 돈 내고 내가 노래 부르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탓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TPO(Time, Place, Occasion)에 걸맞은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너’는 ‘그런 노래’ 안 불렀냐고 타박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자, 자, 넘어가자고요. 다음 칼럼에서는 노래방에서 불러선 안 될 노래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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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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