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정부] 탈원전 비판 보고서 낸 한수원 연구원 5명 징계


[비정상 정부] 탈원전 비판 보고서 낸 한수원 연구원 5명 징계


'2030년 전기료 50% 오를 전망' 보고서 관련자 감봉 등 추진 

승진 코스인 중앙연구원장, 지방 발전소장으로 좌천성 인사 


    원전(原電)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탈(脫)원전 비판 보고서'를 작성한 중앙연구원의 연구원 5명 전원에 대해 감사를 실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이 연구 보고서 작성자 전원을 징계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에 앞서 한수원은 작년 말 중앙연구원장을 지방의 발전소장으로 발령 내는 좌천성 인사도 했다.



'탈원전 비판 보고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 요금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것이어서, 한수원의 이번 조치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내부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보복성 징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수원은 "보고서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작성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 징계를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탈원전 보고서 작성 연구원 징계 진행

4일 한수원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감사실은 작년 11월 7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간 보고서 작성자 및 검토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원 5명을 감사했다.


작년 4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단가 분석'이란 제목으로 발간한 보고서에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발전단가가 크게 올라 2030년이면 전기 요금이 50%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탈원전을 해도 전기 요금은 10.9%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 결과여서 파장이 일었고, 국감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한수원 감사실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월 보고서 작성을 책임진 B책임연구원에게 감봉 3개월, A팀장에게 감봉 1개월, 보고서 검토를 맡은 참여 연구원 3명에 대해 견책, 센터장에게는 경고를 요구했다. 한수원은 "당사자 소명 등 절차가 진행 중이고, 최종 징계 수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원장, 지역 발전소장 발령도 논란

작년 말 한수원 정기 인사 때 이승철 중앙연구원장이 한빛원자력본부 2발전소장으로 발령 난 것도 문제의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장과 발전소장은 같은 '1갑' 직급이지만 중앙연구원장은 전용 차량이 제공되는 등 사실상 본부장(임원)급 대우를 받는다. 에너지 분야의 한 교수는 "과거 한수원 연구원장은 본부장 승진 코스였는데 발전소장으로 보낸 건 강등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외부 자문 보고서 오류를 문제 삼아 원장을 지방 발령 내고, 연구원을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한수원의 내부 인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경영진이 내부 단속을 하기 위해 본보기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사 빠진 한수원 연구원

2030년까지 탈원전에 따른 전기 요금 상승률은 연구 기관에 따라 21%, 47% 등 다양하게 제시됐다. 2배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10.9% 상승에 그친다고 해 논란은 확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운영을 맡은 공기업이 '문제의 보고서'를 내놓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한수원 측은 보고서가 부실해 징계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감사실은 처분요구서에서 "(보고서 작성의) 자문을 맡은 외부 교수가 발전단가 계산을 하면서 설비 용량을 중복 계산했는데도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복 계산으로 전기료 인상률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오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설명이 안 된 것이다.


일부 연구원은 감사 과정에서 '보고서가 전문적인 내용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설비 투자 비용 오류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연구원은 자문 보고서를 읽지도 않고 작성자로 이름을 올렸고, 연구원 승진 심사에 자신의 실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용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