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타' 문턱 완화로 'SOC 인프라 광역교통망 사업' 급물살


정부, '예타' 문턱 완화로 'SOC 인프라 광역교통망 사업' 급물살


비수도권 국책사업에 경제성 평가 비중 낮춰

지방 교통망 등 SOC사업 추진에 속도 실릴 듯


    충청북도 제천과 강원도 영월 등 소규모 중소도시를 연결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제천~영월 고속도로 등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 지역 주민들이 재원을 상당 부분 마련했지만 지지부진했던 수도권 광역교통망 사업 추진도 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수도권에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높이고, 수도권 교통망 사업 등 주민 생활여건 향상 등 사회적 가치와 재원 마련방안이 구체화된 사업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개편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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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결과가 반영된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지침은 예타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 이후 20년만에 가장 큰 폭의 제도 개편이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의 총사업비가 투입되면서 국가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 사업과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경제성 등을 검토하는 조사다. 


수도권-비수도권 따로 평가…GTX-B노선 등 속도낼듯

개편된 지침의 핵심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예타 평가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가중치도 조정하는 것이다. 그간 경제성(35~50%)과 정책성(25~40%), 균형발전(25~35%) 등 세 가지로 구성된 예타 기준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돼, 상대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 등 낙후지역은 예타를 통과하기 힘들어 지역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지침에 따르면 비수도권 사업의 균형발전 평가 비중이 30~40%로 기존보다 5%포인트 오르고, 평가 방식도 ‘가감점제’에서 ‘가점제’로 개편된다. 경제성 평가 비중은 30~45%로 5%포인트 낮아진다. 경제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들은 예타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수도권 사업의 경우 균형발전 기준은 아예 빠지고,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 두 가지 기준으로만 예타 평가를 받게 된다. 


대신 수도권 중에서도 접경·도서지역이나 읍·면으로만 이뤄진 농산어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돼 비수도권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경기 김포·파주·동두천·양주·연천·포천, 인천 강화·옹진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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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생활여건 영향 등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재원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는 사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성 항목이 개편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책성 기준 안에 정책효과 세부 항목을 신설, 일자리나 주민 생활여건 영향, 환경 영향, 안전성 등 그간 반영되지 못했던 정성적인 요인을 평가하도록 했다. 또 정책성 내 특수평가항목에 재원조달 위험성을 평가하도록 해, 지역 주민들의 광역교통개선 분담금 등으로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개편된 지침은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올해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 뿐 아니라 예타가 진행 중인 사업들 또한 새 지침을 적용받게 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을 비롯해 경전선 전철화(광주송정~순천 단선),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 등 12개다. 인천 송도에서 경기도 남양주 등을 잇는 GTX-B노선을 비롯해 40여개도 이번 지침에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광역급행철도 GTX-B 예비타당성 조사는 연내 마무리 하고 가능하면 빨리하려고 한다"면서 "연내에 확실하게 속도를 내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방 광역도시 SOC 가장 수혜…선심성 비판도

새 지침이 적용되면 수요가 있지만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방 광역도시의 각종 SOC 사업이 특히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 신공항, 부산제2신항 건설 등의 재추진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역교통개선 분담금 등으로 재원 확보가 상당수 이뤄졌고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진척이 더뎠던 2기 신도시 등의 광역교통망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과 GTX B노선이 대표적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기존 가감점제에 따라 지역 낙후도에서 감점을 당했던 비수도권 광역시의 경우 균형발전 항목이 강화되는 데다 감점 요인도 사라지게 되는 만큼 개편된 지침에 따라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비수도권 사업의 균형발전 요인을 높게 평가하겠다는 점에서 현재 65%보다는 통과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노린 ‘선심성 퍼주기’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개편된 지침이 예타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도 제도 개선 이후 예타 통과율이 현재 65%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총 24조원 규모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되기도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개편이 지방을 중심으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과도한 재정지출을 막는다는 예타의 기본적인 취지가 흐려졌다"면서 "선심성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로 일원화됐던 예타 경제성평가 수행기관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하고, 예타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종합평가를 KDI 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예타 판정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KDI가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경제성 뿐만아니라 정책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정하고 결정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산하 별도 위원회를 통해 예타 통과를 최종 판정하기로 했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세종=김수현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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