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 따라 변하는 GAS의 의미


쓰임새 따라 변하는 GAS의 의미


  2019년 3월 25일부터 일반인들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그동안 ‘클린’ 디젤을 팔아서 (초)미세 먼지 발생량 증가에 일조했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청정’ LPG 차량으로 판매 부진에 숨통을 틔운다고 좋아할 지도 모르겠다.


LPG는 무슨 뜻일까? 무엇의 약자일까? L은 액화(liquefied), G는 가스(gas)라는 것은 웬만해서는 다 안다. 하지만 P는 많은 사람들은 프로판(propane)으로 알고 있지만 틀렸다. P는 석유(petroleum)에서 왔다. LPG는 액화 ‘프로판’ 가스가 아닌, 액화 ‘석유’ 가스(Liquefied Petroleum Gas)의 줄인 말이다.


LPG : 액화 석유 가스 (Liquefied Petroleum Gas)

LPG는 액화 석유 가스다 ⓒ 박지욱


우리나라에 LPG 차량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8년 부터다. 영업용 택시들이 LPG를 연료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도 가정이나 식당에서 원통형 용기에 담긴 LPG를 난방용이나 취사용 연료로 썼다. 그 LPG를 ‘프로판 가스’라고 불렀다. 가스 난로가 시들시들 불이 꺼지면, 프로판 가스  판매점에 전화를 걸었고, 그러면 오토바이에 가스통을 실어 배달해주었다. 이때 사용한 LPG는 프로판가스가 맞다.




하지만 LPG 차량이 나오면서 ‘LPG=프로판’이라는 등식이 깨어졌다. 차량용 LPG는 프로판이 아닌 ‘부탄(butane)’ 가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식당에서도 휴대용 버너에는 부탄가스를 쓴다. 하지만 부탄과 프로판은 기화점이 달라 혹시라도 가정용 프로판 가스를 차량에 썼다가는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LPG 액화석유가스 = 부탄 가스일 수도 프로판 가스일 수도 있다.

LPG 라도 차량용은 부탄,주택용은 프로판 가스다. ⓒ 박지욱


‘가스(gas)’란 단어 참 재미있다. 이름은 하나이지만 쓰임새가 참 다양하다. 가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연료용 가스 2) 기체 3) 독가스 4) 마취 가스 5) 자동차 연료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러므로 ‘가스’는 가정에서는 프로판 가스, 병원에서는 마취 가스, 운전자들에겐 부탄 가스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운전자들에겐 가스가 부탄이 아니라 ‘가솔린’이다. 기체 가스가 아닌 액체 가솔린, 즉 휘발유다.


미국 운전자들의 ‘기름’인 ‘가스(gas)’는 가솔린(gasoline)의 줄임말이다. 가솔린은 쉽게 기체로 바뀌는, 즉 잘 휘발되는 기름이란 의미다. 그래서 휘발유(揮發油)로 부른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가솔린도, 디젤도 모두 ‘기름’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름, 미국인들은 가스라 부르는 휘발유를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페트롤(petrol)이라 부른다. 페트롤은 석유를 뜻하는 페트롤리움(petroleum)의 줄임말이다.




휘발유(gasoline)를 부르는 이름


한국 : 기름 ← 유(油)

미국 : 가스 ← gasoline

영국, 캐나다 :페트롤 ← petroleum


가스란 이름은 어디서 온 말일까? 가스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제대로 된 이름이 붙은 것은 17세기 후반의 일이다.


플랑드르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반 헬몬트(Jan Baptista van Helmont)는 숯을 태우면 나오는 희뿌연 연기를 연구했다. 그는 숯에서 나오는 이것을 ‘숲의 기운’이라 믿었고, 이것을 고체도 액체도 아닌 물질의 새로운 상(狀)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것을 ‘가스’라고 명명했다.


가스라는 이름을 만든 반 헬몬트 ⓒ 위키백과


과학자였지만 반 헬몬트는 그리스 신화에도 관심이 많았을까? 그는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혼란 상태’인 카오스(chaos)의 철자를 약간 비틀었다. chaos의 ch를 g로 바꾸고 o는 내버렸다. 이렇게 가스란 이름이 지어졌다.


gas 가스, 기체 ← 그리스어 chaos ‘혼돈’

liquid 액체, 유체 ← 라틴어 liquidum ‘흐르는 것’

solid 고체← 라틴어 solidum ‘굳은 것’ 


이렇게 해서 라틴어 어원이 아닌 신조어 가스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공군(air force)’의 작명에서도 일어났다.


역사상 첫 공군은 영국에서 출범했다. 영국은 기존의 군대 즉 육군과 해군과는 차원이 다른 하늘에서 활동하는 군대의 이름을 ‘air force’ 라 지었다. 기존의 두 이름은 모두 라틴어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지만 새로운 군대는 영어로 작명한 것이다.




3군 이름의 어원


Army 육군 ← 라틴어 armata ‘군대’, 프랑스어 armée ‘무장대’

Navy 해군 ←라틴어 navis ‘배’, 프랑스어 navie ‘무장선단’

Air Force 공군← 영어 air ‘하늘’ + force ‘군대’


 

공군은 인류가 가장 늦게 만든 군대다.서울 전쟁기념관 ⓒ 박지욱


2019년 4월 1일은 인류 최초의 공군인 영국공군(RAF)이 창설한지 정확히 101년이 된 날이었다. 기체도 공군도 모두 인류 역사의 맨 마지막에 인식하거나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 만큼 기체의 공간 즉, 하늘은 미개척 무주공간(無主空間)이다.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

사이언스타임스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