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멍멍이 천국으로 인도 좀 해주세요"


"목사님, 우리 멍멍이 천국으로 인도 좀 해주세요"


반려견 장례요청에 종교인 난감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보는 

기독·천주교 원칙적으로 거절, 윤회 믿는 불교는 49재 열기도


    김모(45) 목사는 최근 신자들 앞에서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천국에 가게 해달라'며 추모 예배를 부탁하는 분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를 못 보니 추모식장으로 와달라는 분도 계십니다. 사실 제가 주일 예배와 설교 준비를 하느라 시간도 부족합니다. 상심이 큰 분들께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기도 민망하고…."




김 목사는 "목사는 반려동물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교회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동물 장례식을 치르려는 이도 많다. 교리(敎理)상 원칙적으로 동물을 위한 추모 예배나 미사를 허용하지 않는 종교들은 늘어나는 신도들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은 영혼이 없고, 교인도 아니기 때문에 종교식으로 추모 예배나 미사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모(41) 목사는 "교인들의 요청이 많지만 반려동물은 추모 예배를 할 근거가 없다"며 "동물 장례 요청이 들어오면 '가족끼리 조용히 기도하시는 것이 교리에 맞는다'는 식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천주교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미사는 '동물은 영혼이 없다'는 천주교 교리상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요청이 들어오면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자가 늘면서 일부 목사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키우던 사람을 위로해 주는 차원에서 예배를 할 수 있다" "반려동물 문제에 대해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거리다. 벨기에에서는 반려견에게 성당 장례미사를 해줄 수 있느냐를 놓고 '종교를 우습게 만드는 행위'라는 의견과 '반려동물도 가족이니 괜찮다'는 의견이 맞선다.


불교계는 늘어나는 반려동물 장례 요청을 수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요청이 한두 건씩 들어와 점점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합동 천도재(薦度齋)가 있을 때 신자들이 반려견의 이름을 올리며 제사를 지내도록 해주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사찰 비로자나국제선원은 '반려동물을 위한 49재'도 열고 있다.


교회나 성당을 대신해 '종교 맞춤형 빈소'를 팔기도 한다. 애견장례업체 '꿈애' 관계자는 "반려견 영정 사진 옆에 십자가, 성모 마리아 상을 두는 맞춤형 빈소를 20만~50만원에 팔고 있다"며 "이용하는 사람이 한 달에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8/20190308002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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