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 이야기


당구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 이야기


세계 3위국내 1위

스롱 피아비


"의사꿈 포기하고 농사일, 한국 남편 만나 꿈이뤄"


    “전 캄보디아에서 의사의 꿈이 있었지만, 7학년을 졸업하고 이유도 모른 채 학업을 중단한채 농밭에 나가 일을 해야했습니다. 그러다 21살에 좋은 한국인 남편을 만나 당구를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캄보디아는 가난 탓에 꿈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내게 한국은 뭐든 목표하고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교육의 기회를 빼앗겼던 아픔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남편 따라 당구장 갔다가 세계3위

지난달 캄보디아 이주여성에 강연

"한국은 노력하면 다 이룰수 있는 나라

캄보디아 아이들 위해 학교 짓는게 꿈"


스롱 피아비(30)




한국인 남편을 둔 캄보디아 출신 스롱 피아비(30)는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위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은 약 13만명으로 그 중 캄보디아 출신은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비는 간단한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강연에서는 캄보디아어로 이야기했다.  


 

스롱 피아비가 지난달 16일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위한 강연에서 이주여성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스롱피아비]



스롱 피아비는 지난달 16일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위한 강연을 했다. [사진 스롱피아비]



캄보디아 캄퐁참에서 아버지의 감자 농사를 거들던 피아비는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하는 김만식(58)씨와 2010년 결혼했다. 피아비는 2011년 남편 김씨를 따라 당구장에 찾았다가 난생처음 큐를 잡았다. 피아비가 당구에 재능을 보이자 김씨는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구를 배워보라”며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피아비는 터키 세계여자스리쿠션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또 11월 아시아 여자스리쿠션선수권에선 우승했다. 현재 그의 랭킹은 국내 1위, 세계 3위다.   

  

 

남편이 한국인인 스리쿠션선수 스롱 피아비는 지난 1월 캄보디아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줬다. [피아비 페이스북]


피아비는 지난 1월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1000원짜리 한국산 구충제 1만개를 사서 나눠주고 돌아왔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50만 원 정도다. 



  

그의 꿈은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는 것이고, 상금과 후원금을 차곡차곡 모아 최근 캄퐁톰에 학교 부지 1헥타르(약 3000평)을 매입했다.  

  

피아비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현재 사는 한국은 물론, 고향인 캄보디아에서까지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 TV에 출연하고 양국에서 후원 문의가 이어졌다. 피아비는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행사에 함께 한다. 15일 경제포럼 행사에 초청돼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지난 1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후원금을 전하고 격려한 스롱 피아비. [피아비 페이스북]


다음은 피아비의 ‘이주여성, 그들의 삶과 꿈’ 강연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당구선수, 스롱 피아비라고 합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님 이하 관계자분, 롱디망쉐 캄보디아 대사님, 이 자리에 함께한 캄보디아 이주민 여러분,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아비가 캄보디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피아비]


저는 캄보디아 캄퐁참에서 여러분들과 똑같이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살던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의사의 꿈이 있었지만 7학년을 졸업하고 이유도 모른 채 학업은 중단되었고, 원망할 겨를도 없이 논밭에 나가 일을 해야만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21살 되던 해, 내 생에 전환기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국제결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 “너는 착한사람이니, 착한사람을 만날 것이다” 라며 용기를 주셨고 드디어 한국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고 맞선을 보았습니다.   


 

피아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한국인 남편 김만식씨. [피아비 제공]


다행히 저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좋은 남편을 만났고 우연히 남편 따라 당구장 갔다가 꿈같은 행운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당구가 너무 재미있어 열심히 치고 있는데 소질을 알아본 남편이 저에게 새로은 꿈을 꾸게 해 주었습니다. “열심히 당구쳐서 훌륭한 선수가 되면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거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그 때부터 피눈물 나게 지옥의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오직 당구뿐이라는 생각에 언제가 끝일지도 모르는 채 계속 연습만 했습니다.


1년 6개월되던 때, 첫 대회를 출전했지만 실전경험 부족으로 예선 1차 패배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남편은 계속해서 저를 위해 뒷바라지를 아낌없이 해 주었습니다.   

  

지금 저의 성적은, 문화체육부 장관배 12회·13회·14회 3년 연속 우승. 미국에서 열린 제니퍼 세계 여자 오픈 당구대회 2위. 터키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 3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선수권대회 우승. 현재 세계랭킹 3위,  국내랭킹 1위 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0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피아비는 이듬해인 2011년 남편을 따라 처음 큐를 잡았다. 2014년부터 아마추어 대회를 휩쓴 그는 2016년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그리고 올해 세계선수권 3위,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오종택 기자]

  

저에게 ‘한국’은 뭐든지 목표하고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캄보디아에서는 꿈이 있어도 너무 가난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꿈을 꿀 수도 실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당구’는 제 꿈을 이루게 해 줄 제 인생의 친구이자 파트너입니다. 제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것 또한 ‘당구’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으로 살아가기 많이 힘들 것입니다. 현실에 부딪혀 ‘꿈은 무슨 꿈’이라며 자기를 포기할 때도 많을 것입니다. 


 

스롱 피아비가 지난달 16일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위한 강연에서 가족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스롱피아비]


그러나 나는 존재합니다. 나를 표현하세요.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 보세요.  

  

캄보디아가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먼저 경험한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 꿈을 세워야합니다. 당구로 제 인생은 완전 바뀌었습니다.   



  

앞으로의 제 꿈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저는 교육의 기회를 빼앗겼던 아픔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으로 잘 자란 인재들이 더 잘 사는 캄보디아를 만들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를 이 자리에 세워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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