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재산계약의 활성화 필요


부부재산계약의 활성화 필요

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


    우리나라 민법은 제정 당시인 1958년부터 제829조에서 부부재산계약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부부재산계약이란 ‘부부가 혼인성립 전, 즉 혼인신고 전에 그 재산에 관해 한 약정’을 의미하는데, 장래 부부가 될 당사자들이 혼인 후의 재산 관계에 대해서 사전에 합의해 두는 것을 말한다.


부부재산계약은 도입 이후 최근까지도 활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성스러운 혼인에서 부부의 재산 관계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고 더 나아가 제 3자에 대해 대항할 수 있으려면 등기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 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아주 조금이나마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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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면, 부부가 혼인 전에 취득·보유한 재산의 관리 및 수익 방법,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공유로 할 것인지 여부(원칙적으로 민법은 제830조 제1항에서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소유인 것으로 추정하면서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및 부부 일방이 채무를 부담하기 위한 조건 등에 대해서 혼인 전에 명확하게 할 수 있다. 다만 부부재산계약에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재산분할의 방법을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사실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혼인 관계에서 결혼도 하기 전에 재산 문제에 대해 계약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이혼과 재혼이 흔해진 시대 변화를 고려한다면, 우리 사회도 혼인 과정에서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할 필요성에 대해서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전과 달리 조기 이혼이나 재혼도 상대적으로 흔해진 세태를 고려한다면, "결혼하자면서 어떻게 그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라고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많은 결혼 당사자들이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를 너무 쉽고 간단하게만 생각하고 결혼을 한 후, 혼인으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의무나 책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들도 많은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한 갈등이 조기 이혼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결혼이라고 하는 것, 배우자나 가족에 대한 책임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 부부재산계약은 어찌 보면 조기 이혼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또한 부부재산계약을 통해 재산적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는 경우 혼인 중에 부부 일방이 취득하는 재산이나 부담하게 되는 채무 등에 대한 소유 관계나 책임 관계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동의 없이 부담하는 채무로 인해 가족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혼인 전 부부재산계약은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민법상 규정된 부부재산계약은 말 그대로 부부의 재산 관계에 대해서만 합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국 등의 혼전계약서(prenuptial agreement)처럼 자녀들의 양육, 이혼 시의 위자료 등 혼인 및 이혼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하더라도 그 효력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결혼과 혼인생활에 대한 세태가 급속하게 변하는 지금 시점에서 전통적인 결혼관(結婚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 우리 사회도 혼인 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섣부른 결혼을 미연에 방지해 조기 이혼을 예방하고, 부부가 결혼 생활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부부재산계약이 일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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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8/20190228022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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