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경제] 경기 선행지표 8개 중 7개 '빨간불'/박용만 "기업이 일 좀 하게 법·제도 바꿔달라"


경기 선행지표 8개 중 7개 '빨간불'


'L자형 침체' 가능성 커지나

경기동행·선행지수 8개월째 동반 하락…역대 최장


생산·소비·투자 반짝 개선됐지만 기저효과 따른 것…지속 힘들어

현재·미래 경기판단 지표 중 상당수가 '경고신호' 보내


    경기종합지수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1월 역대 최장 기간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 구성지표 중 7개 지표에 ‘빨간불’을 나타내며 더욱 어두운 앞날을 예고했다. 




고용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건설수주는 고꾸라지고 있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 기미 없이 저점 상태에 장시간 머무는 ‘L자형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음블로그 고물상
edited by kcontents


생산·소비·투자 반짝 상승했지만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9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소비·투자는 모두 반짝 증가했다. 전(全) 산업생산은 작년 11~12월 두 달 연속 감소하다 올 1월 0.8% 반등했다. 연초 신차 출시에 따른 완성차 수출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소매판매도 작년 12월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증가로 들아섰다. 설비투자 역시 전월보다 2.2% 상승했다. 이 같은 실물 지표 반등은 작년 말 수치가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일시적 요인이 더해진 것이어서 개선세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 판단 지표는 좋지 않았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9.1을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4월부터 10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떨어지며 작년 8월(-0.4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6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다.


두 지표가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차 오일쇼크’ 당시 1971년 7월부터 1972년 2월까지 연속 하락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6개월(1997년 9월~1998년 2월), 금융위기 때는 5개월(2008년 4~8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게 전부였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는 가운데 해외 건설시장마저 경쟁 국가들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중동 플랜트 공사현장. /한경DB


선행지표, 8개 중 7개 악화

지표 악화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이루는 구성지표 7개 중 2개가 전월 대비 악화한 데 비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구성지표 8개 중 7개가 나빠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에서 구직자 수 대비 구인 인원의 비율을 나타내는 구인구직비율은 지난해 12월 1.0%포인트 올랐다가 올 1월에는 4.1%포인트 떨어졌다. 2014년 7월(-4.1%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전반적으로 고용상황이 악화된 데다 지난 1월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가 늘며 구직자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재고순환지표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에도 1.1%포인트 하락했다. 재고순환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출하증가율에서 재고증가율을 뺀 수치다. 이 지표가 하락하는 것은 출하 증가에 비해 재고 증가가 빨라진다는 의미다. 광공업 출하지수는 지난 1월 0.5% 감소한 반면 재고지수는 6.8% 증가했다. 건설수주액은 지난해 12월 3.8% 증가했으나 올 1월에는 2.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L자형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건설 수주 등 투자 관련 주요 선행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제조업 수출 출하도 감소했다”며 “경기가 계속 바닥으로 내려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내놓은 ‘산업활동동향 평가’에서 “산업분야별 혁신대책, 수출활력대책 마련 등을 통해 경제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한국경제




박용만 "기업이 일 좀 하게 법·제도 바꿔달라"


국회 10번째 찾아 규제완화 호소


"국회에 정책 제언집 냈지만 절반가량 아직 해결 못해"

10개 현안 입법 건의서 전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국회를 찾아 규제를 풀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거미줄 같은 규제가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기업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경제계와의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10번째 국회 찾은 박용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 박 회장을 비롯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입법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싶다는 대한상의 측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28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을 국회 사랑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앞줄 왼쪽 첫 번째부터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의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 회장은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지난해까지 두 차례 (국회에) 정책 제언집을 냈는데 얼마나 진행됐는지 조사해 보니 절반 정도가 해결됐고 절반은 해결이 안 됐다”며 “해결되지 않은 것 중 상당수가 국회에서 도와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국회가 기업 의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박 회장은 “해외 전문가들도 전 세계 경제에 호재보다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후퇴와 같은 악재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수출 위주 국가인 한국은 특히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기업들의 활력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뒤처질 것이라는 게 박 회장 판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지난주 미국 등 해외를 직접 둘러본 후 한국이 처한 상황이 특히 위중하다고 느낀 것 같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여러 법률 개정안을 보며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경제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20대 국회를 직접 방문한 것만 이번을 포함해 총 10번째다.


현안 입법건의서 제출

대한상의는 이날 구체적인 입법 건의사항을 담은 ‘상의 리포트’도 국회에 전달했다. 이 리포트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개선 △서비스산업 발전 △빅데이터산업 활성화 △의료산업 선진화 △기업활력법 일몰 연장 △신산업 규제 개선 △공정거래법 개정 △상법 △복합쇼핑몰 규제 등 10개의 국회 현안에 대한 개선안이 담겼다. 박 회장은 “규제의 틀을 바꾸고 빅데이터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입법 건의가 (이번에 제출한 리포트에) 담겨 있다”며 “기업이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빨리빨리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박 회장과 만난 여야 국회의원들도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문 의장은 “현실적으로 재계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사전에 전달받은 경제계의 건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규제를 해소하는 민생경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국회는 이런 만남을 1년에 두 차례씩 정례화하기로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한국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