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건설투자

오해받는 건설투자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토건족 배불린다는 비난에

토목 SOC투자 기피하지만

도로 지하철 건설은 '교통복지' 투자

경제 회복 밑바탕 되기도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게 아니다. 각자의 기준, 편견, 고정관념에 따라 동일한 사물도 다르게 본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도 위치와 각도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심리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고 정의하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프레임 대결을 본다. 정치영역에서 진보와 보수, 경제영역에서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건설투자에 대한 프레임 대결도 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적정한 수준의 건설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토건족’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로나 철도 및 댐과 같은 토목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은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일 뿐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프레임도 그렇지만, 건설투자에 대한 프레임도 모두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고정관념이나 왜곡된 주장에 기인한 잘못된 프레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로나 지하철과 같은 교통인프라 투자는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로만 볼 수 없다. 우리 직장인들의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최고로 길다. 만약에 효율적인 교통인프라 투자를 통해 통근시간을 OECD국가 평균 수준인 28분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같은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아닌가? 통근시간 단축은 그 자체만으로도 복지다. 통근 시간이 줄어들면 우리 직장인의 ‘저녁있는 삶’도 가능해지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달성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교통인프라 투자다. 인프라 투자가 복지요,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프레임도 옳다.


평균이란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자 하는 프레임도 문제다. OECD국가의 평균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인프라 투자비중이 높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OECD국가의 평균수준으로만 인프라 투자를 했더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 평균을 넘어선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있었기에 전세계가 부러워한 압축성장이 가능했다. 또한 우리의 인프라 정책목표는 OECD국가 평균이 되어서도 안된다. 인프라 경쟁력에서 세계 1위, 2위 국가로 평가받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지금도 계속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평균의 시대가 아니라 ‘평균의 종말’ 시대다. 인프라 정책의 목표도 OECD국가 평균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




SOC에 대한 정부의 프레임도 전환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도서관이나 문화체육시설 같은 ‘생활 SOC’ 예산이 작년보다 2조8000억원가량 더 늘었다. 생활 SOC는 작년말 기획재정부에서 선정한 20개 후보정책 가운데 국민이 뽑은 ‘정책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생활 SOC가 ‘토목 SOC’와 다르고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이처럼 어색한 설명은 아직도 SOC에 대한 정부의 프레임이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레임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와도 연관된다. 굳이 우리만 ‘생활 SOC’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쓸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사회 인프라’라는 단어로 대체해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네모진 창문을 통해서 모든 바깥 세상의 풍경을 볼 수 없듯이, 하나의 프레임만으로 모든 세상을 다 볼 수 없다. 프레임에 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프라 스톡이 충분하니 더 이상 신규 투자가 필요없다는 ‘인프라 충분론’만 해도 그렇다. 최근 들어 자주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노후 인프라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스마트 인프라는 인프라 충분론의 틀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후 인프라와 스마트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지금부터 크게 늘려가야 할 영역이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 사회는 프레임 대결이 치열했다. SOC예산 확대만이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분야마다 프레임 대결이 펼쳐졌다. 새해에도 그럴 것이다. 어떤 프레임이 옳은 지 아닌 지는 ‘사실’과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사실적인 근거가 없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프레임은 과감하게 폐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프레임을 바꿔 보자.

성문재 기자 이데일리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