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집이 좋아"

[한은화의 생활건축]


   만약 992㎡(약 300평) 규모의 땅이 있다면 어떤 집을 짓겠는가. 아마도 용적률과 건폐율과 같은 법으로 정해진 면적 한도부터 따질 터다. 집을 크게 짓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집 짓는데 돈 드는 만큼 경제성을 따지게 된다. 



그런데 일본 아이치(愛知)현 가스가이(春日井)시에 사는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1925~2015)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그 땅에 50㎡(약 15평) 규모의 집을 지었다. 그리고 나머지를 숲으로 만들었다. 




1975년 그가 땅을 샀을 때만 해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그의 작은 집 인근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고 있었다. 고조지 뉴타운이었다. 쓰바타가 계획한 도시였다. 도쿄대 제1공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주택공단에 입사해 서른여섯 나이에 한 일이다. 원래라면 산등성이 지형과 숲을 그대로 살리는 뉴타운을 계획했지만, 경제성 논리에 밀렸다. 땅은 모조리 깎였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쓰바타는 행동한다. “한 사람의 힘이 모여 마을 산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며 뉴타운 옆에 땅을 산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집이자 숲을 가꿨다. 

  

 

영화 ‘인생 후르츠’의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현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의 이야기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꼭 한번 볼 것을 추천한다. 아흔 살 쓰바타와 여든일곱 살 아내의 집은 작지만 참말로 풍요롭다. 120종의 과일·채소가 자라나는 텃밭에서 노부부는 부지런하게 일하고, 그 수확물로 맛있게 요리해 먹었다. 도시는 자동차 소리로 윙윙거렸지만, 부부의 집에는 새 소리로 가득했다. 40여 년을 일궈 자연을 복구시킨 결과였다. 부부가 집이고 집은 숲이고 숲은 부부와 닮아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스스로 하는 삶이 그 집에 평온하게 깃들어 있었다. 



  

“집은 삶의 보물 상자여야 한다”(건축가 르코르뷔지에) “모든 답은 위대한 자연 속에 있다”(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와 같은 영화 속 격언보다 노부부의 말이 오래 남았다. “역시 집이 좋아, 이런 안도감이 일상 속에 굳건하게 뿌리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시 집이 좋아. 참 행복한 말이다. 기해년에는 모두 이런 안도감을 갖고 더 단단히 살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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