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8.12.26 14:06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 신탁방식 재건축

신반포4차 신탁방식 백지화

개포우성8차도 신탁방식 배제

여의도 신탁방식도 제자리걸음


   재건축 시장에서 부동산신탁회사가 조합 대신 단독시행사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신탁방식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2016년 서울 여의도 일대를 시작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올 하반기 들어선 회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도한 수수료, 높은 사업비 조달금리 등이 원인이다.


"수수료 높고 속도 빠르지 않아…

현안해결 능력도 떨어져" 지적




         신탁방식 재건축을 백지화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 /한경DB


강남권 신탁방식 ‘기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는 지난해 한국자산신탁과 신탁방식 재건축을 논의하다 백지화했다. 진행 초기엔 강남 대단지 아파트도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됐다며 각광받았다. 하지만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뉴코아아울렛과 수영장 지분 문제 해결에 부동산신탁사가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커졌다. 높은 수수료도 백지화의 원인이 됐다.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추진 수수료로 받아가는 금액은 공사비의 4% 수준이다. 1212가구로 대단지인 신반포4차는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신반포4차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수수료가 비싸고, 사업 진행도 빠르지 않아 직접 조합을 설립해 추진하자고 결론내렸다”며 “막상 논의를 시작해보니 신탁방식 재건축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으로 분양까지 이뤄진 사례가 없어 검증이 안 됐다는 점도 주민들의 우려를 샀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우성8차·현대3차도 신탁방식 재건축을 아예 고려하지 않겠다고 주민설명회를 통해 밝혔다. 개포우성8차 관계자는 “신탁방식 재건축을 선택한 여의도 일대 재건축이 전면 중단돼 있다”며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신탁방식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신탁방식 재건축도 ‘내홍’

2016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총 7개 단지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했던 여의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범아파트만 유일하게 지난해 6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을 뿐 나머지 단지들은 사업시행자 지정도 못하고 있다.


대교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 정비사업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주민 찬성률 66%로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이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등장해 내분이 발생했다. 비대위는 부동산신탁사의 계획대로 하면 거주 중인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의 평형이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재건축 운영위원회는 “재건축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부동산신탁사를 사업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탁방식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시범아파트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올 들어 개별 단지의 재건축 인허가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미 부동산신탁사에 아파트 등기를 넘긴 집주인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건축 진행은 요원한데 등기를 넘겨 집을 팔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범아파트 관계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재건축 때문에 이사도 못 가고, 대출도 못 받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가 아닌 지역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삼익그린2차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초 한국자산신탁과 재건축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시행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시는 올해 말까지 신탁방식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표준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민 의견을 모으고 대변하는 주민대표기구가 없다는 점이 신탁방식 재건축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탁사 단독시행방식에서는 주민대표기구가 없어 신탁사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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