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의 내년 경제, 더 암울해질 세 가지 이유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事實' 아닌 '이념적 환상' 입각한 정책 노선 고수

구조 개혁 사실상 포기하며  정부 기관이 '정치도구화' 돼


   문재인 대통령과 일부 관료들이 그간 정책 실험의 부작용에 대해 "뼈 아프다"며 방향 수정 기대감을 최근 높였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주 "소득주도성장은 더욱 강화됐다"고 했고, 이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위원장은 "내년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 2.0으로 승부하는 해"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포용적 성장의 길을 반드시 가야 한다"며 경제 운용 기본 철학이나 방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권력 절제하고 '자율'과 '興'이 시장에 넘쳐야 경제 살아날 것


이들은 정책의 많은 성과에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소통이 부족해서"라며 '소통' 탓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문 정부의 경제는 새해 들어 좋아질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 신뢰를 잃어 더 암울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문 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해 오도된 인식을 계속하며 '소주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소주성' 또는 '포용적 성장'을 내세우는 것은 우리 경제가 과거 대기업 위주의 고도성장 정책을 펴서 소득 분배 악화와 양극화 심화, 저성장 고착화가 벌어졌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포용적 성장 및 개발 지수'를 개발해 각국의 포용적 성장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조사를 보면, 2017년 대한민국은 세계 14위로 미국·프랑스·영국·일본은 물론 남유럽·동유럽 국가들보다 앞섰다. 경제개발 혜택이 주요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WEF의 2018년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16위로 두 계단 후퇴했다. 이를 통해 문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목표와 더 멀어지고 있으며, 문 정부의 경제 인식이 '사실(事實)'이 아닌 '이념적 환상'의 결과임이 드러났다. '포용적 성장'에 관한 세계은행 보고서(2009년) 역시 포용 성장의 가장 유효한 수단이 고용 확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등 좌파의 이단적 주장에 집착해, OECD와 IMF 등이 고용 확대를 위해 한국에 일관되게 권고해 온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무책임한 정책 운용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탈(脫)원전 선언과 비정규직 제로(zero)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규제는 반대자들을 윽박지르며 일방통행식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반면 구조 개혁 관련 정책들은 공무원과 사회단체에 미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책 실패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와 합의를 통해 해결하자'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타협에 떠넘기는 게 대표적이다. 노사 간 신뢰 부재와 인기영합적 정치구조로 말미암아 사회적 대타협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는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 보듯 경제 구조 개혁은 지도자의 결단과 설득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제를 살리려면 시장의 자유·자율에 대한 존중과 그에 부합하는 권력의 절제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기준을 정하고 감시하는 기구들은 일반 정부 조직과 달리 반민반관(半民半官)의 구성과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글로벌 표준이다. 이는 정권의 단기적 정치적 이해나 이념에 따라 함부로 시장을 훼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위원들은 16년 임기를 보장받고, 미국 공정위는 법무부에서 독립해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금융위와 시장지배적 독과점 금지·남용 방지를 위한 공정위 등에 대해 일반 정부 부처와 달리 상당한 독립성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금융위·공정위·방통위 등 시장 감시 및 규율 기관들은 이런 원칙에서 크게 일탈하고 있다.




정부는 삼성바이오 사태에서 보듯 과거의 판단을 수시로 뒤집고, 금융위는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에 개입해 금융 소비자의 이해에 반(反)하는 시장 가격 조작을 감행했다. 공정위는 최근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편의점 개설 시 편의점 간 거리를 제한하여 지역 독과점 담합에 앞장섬으로써 소비자 권익에 역행하는 불공정위원회가 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들 기관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정권에 의한 '경제의 정치 도구화'가 돼 자유시장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시장보다 권력이 먼저 일탈하고 있다는 고백이 없는 한, 짓눌린 시장에 '자율'과 '흥(興)'이 돌아올 수 없다. 이것이 새해 한국 경제가 문 정부 아래에서 더 암울해질 세 번째 이유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5/2018122502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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