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도 유은혜 후보도…그들은 왜 정동으로 갔나?



강경화 장관도 유은혜 후보도…그들은 왜 정동으로 갔나?

위장전입 문제로 또다시 시끌

성당에 위장전입한 兪후보
덕수초·창덕여중·이화여고예원학교 등 '정동 학군'
8학군 비해 중량감 적어도 100년 넘는 역사·전통 자랑

강경화 장관도 선택했다
이화여고 교장 전셋집에 딸이 2주간 주민등록돼 이집서 15년간 25명 전출입

   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9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의 주소를 실거주지(서대문구 북아현동)가 아닌 서울 정동 3번지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으로 이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당 구내에 있던 한옥 양식의 주거지로, 현재는 거주 중인 세대 없이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덕수초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유씨의 딸은 이런 방식으로 덕수초에 입학했다.



위장 전입은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을 옮기는 행위를 뜻한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은 미미했다. 1980년 서울시의 고교 배정 기준이 출신 중학교에서 '거주지' 중심으로 바뀌면서 경기고 등 서울 강남으로 이전한 '명문고'에 입학시키기 위한 위장 전입은 봇물 터지듯 넘쳐났다. 이후 열린 인사청문회마다 여러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유 후보자는 "23년 전의 일이 이렇게 논란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위장 전입 빈번했던 정동
1년 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정동으로 위장 전입했던 기록이 드러나 곤혹을 느꼈다. 1965년 서울 중구 정동길 13번지에 세워진 36가구짜리 '정동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강 장관이 2000년 초 자녀의 이화여고 입학을 위해 학교에서 200m 떨어진 이곳에 위장 전입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주거 시설이 거의 없는 정동에서 이 아파트가 이화여고로 가는 '위장 전입 허브' 역할을 했다는 정황도 곧 드러났다. 강씨의 딸이 2주간 주민등록 되어 있던 502호에서만 15년 동안 25명이 전입·전출한 기록이 있었다.

정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90년대부터 이곳에선 이화여고, 덕수초 진학 등을 목표로 한 위장 전입 시도가 계속 있었다"고 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미근동이나 합동에 살면 이화여고 배정이 쉬웠다. 연말 연초면 서소문아파트와 근처 단독주택들(지금의 SK뷰 충정로 자리)에 수십 세대가 전입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화여고의 자사고 전환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는 광화문역 근처 대단위 오피스텔에 위장 전입이 성행해 통장들이 주민을 단속하고 신고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공인중개사는 "정동에 살면 이화여고 배정이 확실한데, 물건이 거의 없었고 시세가 훨씬 비쌌다"고 했다. 2010년 정동아파트에 거주했던 A(61)씨는 "부동산 거래 당시 학생들이 위장 전입 용도로 많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입주한 후에도 세를 놓거나 웃돈을 충분히 줄 테니 물건을 팔라는 식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정동 학군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도 아닌 정동으로 가기 위한 위장 전입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동 내에는 덕수초, 창덕여중, 예원학교, 이화여고 등 4개 학교가 있다. 입시 실적은 타 지역 명문고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12년 개교한 덕수초는 오랫동안 손꼽히는 명문이었다. 최고 명문 학교 코스를 밟은 사람을 가리켜 '서경덕(서울대, 경기중·고, 덕수초)'이라는 말도 있었다. 도심의 인구공동화 현상으로 한때 공동학군제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학생이 크게 줄었지만, 국제 규격의 수영장을 짓는 등 동문회 지원에 힘입어 탈바꿈했다. 스쿨버스도 운영해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사립 같은 공립학교'라 불린다. 한 학년에 서너 반(학급당 인원 22.04명)밖에 되지 않아 소수 정예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몰린 결과 올해 3월 기준 덕수초 전교생은 478명으로, 인근에 있는 매동초(261명)나 교동초(144명)보다 많았다.



이화여고는 모녀(母女)가 같은 학교에 진학하길 바라는 모교 출신들이 많이 찾는다. 강 장관은 위장 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 "딸아이가 제 모교이자 아는 은사님들이 있는 학교에 다니면 잘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화여고 관계자는 "실제로 자녀의 입학을 문의하는 모교 출신들이 많다"며 "학부모가 된 중·장년은 이화 브랜드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09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로 전환된 이화여고의 지난해 입시 경쟁률은 2.44대1로 서울에서 둘째로 높았다.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 중 절반은 정원이 미달된 가운데 나온 결과다. 학원가 관계자는 "이화여고는 서울 상위권 여중생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했다. 전교생 200여 명의 창덕여중은 2015년 서울 유일의 '미래학교'로 지정됐다. 태블릿PC나 3D 프린터 등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해 학습한다.

강 장관은 고(故) 심치선 전 이화여고 교장의 전셋집에, 유 후보자는 대한성공회성당에 각각 위장 전입했다. 학교 특수관계인이 관계된 건물과 주택도 아닌 종교 시설까지 이용해 가며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린 셈이다. 비난이 잇따르자 유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나 이른바 '강남 8학군' 같은 명문 학군 진학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범법 행위는 강남과 정동을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자식 이기주의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한쪽에만 면죄부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한 학부모는 "덕수초 교무실에 전화까지 넣어 가며 입학을 시켜보려 했지만, 주변이 다 빌딩숲이라 옮길 곳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며 "누구는 생각지도 못한 종교 시설을 이용했으니 허탈하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