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설계 히든 챔피온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


건설설계 히든 챔피온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


세계 건설분야 설계 시장 

가장 많이 팔리는 프로그램


이 대표, 대기업 퇴사 후 설립

매출 951억원 회사로 키워


국내 수요 부족해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

기업 채용 지원 SW 개발해 새로운 도전 나서


  2000년 9월 잘 다니던 대기업 건설회사를 뛰쳐나와 회사를 차렸다. 하고 싶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18년이 지난 지금, 15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95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는 일본·중국·미국 등 세계 건설분야 설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기술력과 시장을 읽는 눈을 지녀야 한다”며 “고객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주인공은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58) 대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현재 세계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마이다스(MIDAS)’는 고층빌딩, 교량 등을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마이다스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칼리파(162층·높이 828m)를 비롯, 중국 베이징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한일 월드컵 경기장 등 세계적인 건축물을 짓는데 사용됐다. 현재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168층·1000m)도 마이다스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지난 22일 경기도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환한 미소를 짓는 얼굴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해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거뒀다. 대형 건설사들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보는 상황인데, 마이다스아이티는 어떻게 성공했나.


"2000년 마이다스아이티를 설립하면서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국내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5억원에 불과했다. 건설 설계회사의 고급 기술자만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회사 생존과 성장을 위해선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초기에 미국·중국·일본 시장을 두고 고민하다 지리적, 정서적으로 가까운 일본에 진출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내진 설계가 중요하다. 건축 안전 설계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비교적 쉽게 파고 들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마이다스 프로그램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신생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가 특별한 연고도 없는 일본 시장을 파고 든 전략은.


"일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기업과 손을 잡아야겠다고 판단하고, 당시 일본 건설용 소프트웨어 1위부터 10위까지 업체 리스트를 만들었다. 1위 기업을 찾아가 다짜고짜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테니 판매를 맡아 달라’며 사업 협력을 요청했다.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2, 3, 4위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4위 업체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1위 업체가 위협을 느꼈는지 우리에게 접근했다. 당시 1위 기업의 건설 안전 설계 지원 프로그램은 개발한 지 너무 오래돼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1위 기업과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점유율을 확대했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성공한 것 같다.


"맞다. 만약 일본 1위 기업이 협력을 거절했을 때 포기했다면 일본 진출은 실패했을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마이다스아이티와 협력하는 것을 보면서 배운 점이 있다. 당시 4위 기업은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려 했다. 1위 기업 역시 2, 3, 4위 기업에게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고심 끝에 우리와 협력했다. 시장 1위든 4위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점이다. 도전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면 경쟁에서 밀리고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칼리파는 마이다스아이티의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사진 오른쪽)

            를 사용해 건설됐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경영학자들이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유망 시장)을 찾으라고 하는데, 내 경험엔 비즈니스 세계에 블루오션은 없다. 무한 경쟁의 레드오션에 아주 작은 파란 점(틈새) 하나를 보고 뛰어드는 것이 실제 비즈니스 세계다."


-현재는 해외 매출 중 중국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 시장은 어떻게 파고 들었나.


"2003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마이다스아이티의 중국 매출은 200억원가량이다. 그러나 2003년만 해도 중국에서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는 한국처럼 소수 기술자만 사용하고 있었다.

진출 초기 중국 건설사를 사업 규모에 따라 A, B, C그룹으로 나눠 공략했다. 우선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A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찾아갔다. 중국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 기술력을 습득하려는 의지가 대단했고, 마이다스 프로그램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사업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어떻게 공략했나.


"A그룹에 비해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는 B, C그룹에 속한 건설사들은 공략이 쉽지 않았다. 이들은 굳이 돈을 들여가며 마이다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명회를 열어 규모가 작은 건설사라도 안전 설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면 대형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기업인들이 이런 행사를 좋아한다.


설명회를 수없이 많이 개최하며 설득하자 차츰 규모가 작은 건설사도 마이다스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는 기술력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시장 상황은 어떤가.


"국내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약 200억원 규모인데, 99%를 마이다스아이티가 점유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개발(R&D)한 결과다. 내년에 현재의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지난 3월 출시한 인재 채용 솔루션 ‘인에어(inAIR)’.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건설 설계용 소프트웨어 외에 새로 도전하는 사업은.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에어(inAIR)’를 지난 3월 출시했다. 생물학, 뇌신경과학,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지원자의 얼굴 근육, 혈류량, 맥박, 목소리 떨림, 사용하는 단어를 분석해 긍정성, 적극성, 전략성, 성실성의 정도를 알려준다. LG·KT·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우리은행·한미약품 등 500여개 기업이 도입했다.


인에어가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미래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 기업 경영에서 인재 채용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에어를 인재 채용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 조선일보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4/2018082402105.html#csidxe2a21ae7386f48bae11b8fc0536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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