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때린 兄, 형수에게 욕한 동생… 진흙탕 패륜 전쟁

 
어머니 때린 兄, 형수에게 욕한 동생… 진흙탕 패륜 전쟁

 정치판이 욕설 논란으로 뜨겁다.
 
정치인들의 막말 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막말을 넘어 원색적 욕설을 한 게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실 소속 박창훈 비서관이 최근 사례다. 박 비서관은 한 중학생과 통화에서 "(집권 여당은) 부정선거로 당선된 새X들이 말이 많다"는 등 욕설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박 비서관은 사직하고 나 의원이 나서서 "전적으로 직원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6년 전 욕설 사건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불거지면서 계속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장 재직 시절인 2012년 친형과 형수에게 성적인 내용 등이 담긴 원색적 욕설을 한 녹취록 파일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또 이슈가 되고 있다. 


당 내부서는 이 문제로 비난 여론이 일고 후보 사퇴 요구까지 나온다. 자유한국당도 24일 홈페이지에 이 후보의 욕설 녹취록 파일을 공개하며 공세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욕설 파일만) 유세장에서 틀어놓으면 경기도민은 절대 이 후보를 못 찍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가슴 아픈 가정사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욕설 파일은 소셜미디어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욕설 문제가 앞으로도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어떤 이유로 정치 경력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일을 한 걸까.

이재명 "형의 패륜 행위 못 참아 욕한 것"

욕설을 하게 된 경위를 두고 이 후보와 욕설을 들은 당사자인 이 후보의 친형 고(故) 이재선씨 가족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형님 부부가 어머니에게 용서할 수 없는 패륜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패륜의 현장에서 오간 통화 중 일부가 왜곡되어서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의 형 재선씨는 이전부터 돈 문제로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갈등했고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성남시정에 개입하려다 좌절하자 정신병이 깊어져 결국 화풀이로 어머니를 폭행한 패륜아다. 이 후보가 어머니를 지키고 형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했는데 이를 녹음한 재선씨가 욕설 부분만 편집해 부각시켰단 주장이다.



이 후보에 따르면 갈등의 본격적인 시작은 2006년 그의 형 이재선씨가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일이다. 당시 재선씨는 거절한 어머니에게 "그 돈 갖고 X져라"는 등 욕을 하고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이후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이 되자 재선씨는 시장의 친형이라는 점을 내세워 성남시 공무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인사에 개입하려 시도했고, 인사 청탁도 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를 묵살하고 시청 공무원들에게도 형과의 접촉을 금지시키면서 재선씨와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형님이 이권과 권력을 향한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지병인 조울증이 점차 심해졌다"며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성남시 보건소에 (재선씨의) 정신과 진단을 요청하자 2012년 7월 어머니 집에 쳐들어가 살림을 부수고 어머니와 두 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모두 2주 진단의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욕설을 하며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이 당시의 일로 "경찰 조사 후 형님 부부와 전화로 수차례 대판 싸움이 벌어졌는데 형님 부부가 이 통화를 전부 몰래 녹음한 것"이라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선씨 가족은 "이 후보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4일 본지가 취재한 재선씨의 딸이자 이 후보의 조카 이모(28)씨의 주장에 따르면 재선씨는 평소 성남시정에 관심이 많아 민원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리거나 구청에 '백화점에서 불법 가판대를 설치해 영업하니 단속하라'는 내용의 민원 전화를 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이 후보가 '형이 시정에 개입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고 부풀렸다는 것이다. 또 인사 개입 시도 역시 "일 잘하는 공무원을 칭찬한 것뿐인데 이 후보 측에선 공무원 인사 개입 시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가족 갈등과 어머니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조카 이씨에 따르면 재선씨가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그 후로도 생활비를 꾸준히 부치고 명절에도 인사를 드리러 갔다고 한다. 문제의 어머니 폭행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게 재선씨 가족의 주장이다. 조카 이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사건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의 처분결과 통지서를 공개했는데, 거기엔 존속상해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24일 이 후보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죄명을 '존속상해죄'가 아닌 일반 상해죄로 낮춰서 기소한 것"이라며 "이 후보 어머님이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이 선처해준 것이지 어머니 폭행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검찰 공소장에도 재선씨가 가족들과 몸싸움 도중 어머니의 목 뒷부분을 한 차례 가격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재명 후보 불충분한 해명이 의혹 키워

이 후보의 말처럼 사생활에 머물렀을 문제가 정치 공방 소재로 커진 것은 욕설 자체보다는 이 후보의 해명이 처음부터 불충분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욕설 파일이 정치권에서 많이 퍼지기 시작하던 2016년 2월 이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해명글을 올렸다. 재선씨가 어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뒤 전화 통화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욕설 녹취록이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폭행 사건은 2012년 7월 15일에 발생했는데, 문제의 욕설 통화 녹취는 2012년 6월 10일~7월 6일 사이에 이뤄졌다. 시간 순서상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후 최근 지방선거 국면에서 욕설 사건이 다시 공론화되자 이 후보는 또 한 번 해명글을 올리는데 여기서는 내용이 약간 바뀌었다. 이 후보는 "2012년 5월 형님 부부가 수년 만에 어머님 집에 쳐들어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패륜 막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며 "문제의 욕설은 내가 아니라 형님 부부가 어머니에게 한 패륜 폭언인데, 이들은 수많은 통화를 녹음한 후 이 중 극히 일부를 가지고 제가 형수에게 그와 같은 성적 폭언을 한 것으로 조작·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즉, 폭행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폭언 때문에 문제의 욕설 통화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24일 이 후보 측은 "오래전 일이고, 통화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 순서에는 약간 혼동이 있었을 수 있다"며 "폭언·폭행 등 재선씨의 패륜 행위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던 중에 (욕설 사건이) 일어난 일이라는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또 이 후보는 2012년 5월 당시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백모씨가 재선씨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협박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조카 이씨는 "아버지가 이 수행비서 문제를 이재명 후보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이 시장 친모)를 통해 이재명 시장과 통화를 하려고 집을 찾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당시 백씨는 재선씨에게 "베트남에서 노상강도 만나 총 맞아 X져라", "척추가 부러져서 반X신만 되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100통 이상 보냈다. 재선씨는 백씨의 딸이 지상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백씨가 직권을 남용해 딸의 투표 독려 현수막을 성남시 소유 건물 곳곳에 걸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백씨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의 해명글에는 이런 정황이 나와 있지 않아서 마치 재선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어머니 집을 찾아가서 폭언과 협박을 한 것처럼 읽힌다. 백씨는 이후 성남시의 한 마을버스 회사에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6년 12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이 후보는 "백씨가 해임된 후의 개인적 일탈로 나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었다.
권승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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