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신촌의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지난해 1월 영국 유학도 박결씨 오픈

한국의 우파의 미래
유학 중 한국 탄핵 사태 지켜보다 '젊은 우파 문화' 필요성 절감해
와인 마시며 토론하는 공간 조성… 파티·바자회에 청년 수백명 참여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술집은 여느 술집과 조금 다르다. 와인·양주를 팔지만, 한쪽 벽에 길게 늘어진 선반에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6·25 전쟁사' 등 우파 서적들이 꽂혀있다. 유리벽으로 독립된 공간은 '토론방'이라고 한다. 24일 이곳에서 주인 박결(33) 대표는 직접 디자인했다는 6·25 추모 배지를 봉투에 담고 있었다.

박씨는 지난 1월 이곳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를 열었다.
 
그는 이 장소를 '젊은 우파의 아지트'라고 부른다. 박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적폐'라는 딱지가 두려워 자신을 '우파'로 정의 내리길 두려워한다"며 "우파가 당당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정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국의 한 대학에서 문화콘텐츠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바다 건너에서 탄핵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박결씨가 신촌에 문을 연 ‘라운지 리버티’는 ‘젊은 우파의 아지트’를 표방한다. 벽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의 얼굴이 원색의 팝아트 작품으로 걸려 있다. /고운호 기자

박씨는 "우파가 내세울 수 있는 게 '태극기'나 '어르신'밖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람이 모여야 문화가 만들어지는데, 당시 우파에겐 모일 공간 자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석사 과정을 마치자 영국의 한 문화관광 회사가 그에게 6년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영국에서는 6년간 직업을 가지면 시민권을 얻는다. 그러나 박씨는 "한국에 가서 우파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한국에 돌아왔고, 대출을 받아 가게를 차렸다.

박씨는 젊은 층이 편안히 찾을 수 있도록 가게 내부를 최대한 '세련되게' 꾸몄다. 이곳을 만들 때 '왜 태극기를 걸지 않느냐' '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걸지 않느냐'며 되레 우파 단체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씨는 "노골적인 찬양 등 젊은 층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가게 벽에는 박정희와 이승만, 마거릿 대처 등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사진이 원색의 팝아트 작품으로 걸려 있다. 언뜻 봐서는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다.



박씨는 "우파의 가치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박씨의 부모는 항상 '자유와 책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음악을 하겠다며 박씨가 학업에 소홀해도 참견한 적 없던 부모는 스물네 살에 돌연 경제적 지원을 끊었고, 박씨는 고시원에서 홀로 생계를 꾸렸다.

가게를 연 지 4개월. 지난달 이곳에서 열린 '청년 단체 연합 파티'에는 여러 우파 단체에서 모인 청년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열린 연평해전 바자회엔 이틀간 500명이 찾았다. 한 40대 남성은 박씨에게 "이 많은 우파 젊은이들이 어디 숨어있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씨는 앞으로도 젊은 우파가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처음엔 이 공간을 어색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친구들을 데려오고, 공연을 신청하는 등 젊은 문화를 만들고 있어요. 비슷한 공간이 더욱 늘어나 '젊은 우파 문화'가 확대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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