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벨상’ 수상자 44명의 말과 글


‘건축 노벨상’ 수상자 44명의 말과 글


“우리는 햇빛을 연출했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75)가 1996년 완공한 팔스 온천탕(ThermeVals)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목욕탕을 설계하며 ‘목욕이라는 의식(儀式)’을 염두에 두었다는 그는 “어둠과 빛, 물에 반사되는 빛, 증기로 가득한 대기 중으로 분산되는 빛, 욕탕에서 물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내는 느낌을 중시했다고 했다. 춤토르의 이런 장인 정신은 알프스의 작은 마을에서 활동하는 지역 건축가인 그에게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안겨줬다. 


건축가 

루스펠터슨· 

그레이스 옹 얀 지음 

황의방 옮김, 까치 

  

1979년부터 2017년까지 프리츠커상을 받은 44명 건축가(공동 수상자 포함)들의 말과 글, 작품 이미지를 모은 책이다. 프리츠커상 40주년을 기념한 개정증보판으로 2010년(국내 발간 2012년) 처음 간행된 이후 추가된 9명의 수상자의 코멘트가 더해졌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1950~2016)가 ‘견뎌낸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한 대목도 눈에 띈다. “여자가 잘하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그는 “내 삶에서 도움을 준 것은 어떤 스테레오 타입도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안에 해결의 핵심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 프라이 오토(1925~2015), “건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반 시게루(61) 등의 말이 울림 있게 와 닿는 것은 바로 그들이 차곡차곡 만들어온 건축물들이 그들의 생각과 말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글 구성, 850컷 이상의 풍부한 시각 자료 등에서 ‘프리츠커상 종결판’을 꿈꾼 엮은이들의 야심이 엿보인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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