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옥중편지]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드루킹 옥중편지]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매크로 시연 본 김경수 '뭘 이런 걸 보여줘, 알아서 하지'"
검·경, 사건축소하고 저와 경공모에 모든 죄 뒤집어씌우고 있어

정권 압력으로 변호인들 다 떠나… 아무도 내 변호 안 맡으려 해
댓글 기사목록 매일 텔레그램 報告… 김경수, 밤 11시전엔 확인

오사카총영사 불발뒤 金 "오사카는 너무 커 안돼, 센다이 어떤가"

"3월 20일 언론폭로하겠다" 하자 3월 21일 사무실 압수수색 당해
김경수와 대질 원해… 나는 책임회피 않고 모든 법적 책임질 것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인 김경수도 법정에 서서 죗값 치러야

'드루킹' 김동원씨는 옥중 편지에 '탄원서'란 제목을 붙였다. '변호인에게 수차례 구술(口述)한 내용을 2018년 5월 17일 기준으로 작성(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쟁점별로 제목을 달아 자신의 주장을 전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렸다. 현 단계에서 이 글이 모두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게재한다. 김경수 전 의원 측은 본지의 반론 요청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일 필명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동원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21일 체포돼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남강호 기자


 

〈짓밟힌 자의 마지막 항변〉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가족 접견과 서신 교환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4월 13일 이후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정권의 압력에 의하여 제 변호인들은 피의자가 될 처지가 되거나, 자진해서 떠나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고립되어 지금의 저는 아무도 변호인을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살아있는 정권의 실질적 2인자에게 떠드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잘 알면서도 사실을 전하고자 합니다. 특검이 시작돼도 진실이 덮일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한 달간 믿을 수 없는 경찰과 검찰, 특히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특검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여야 합의 내용과 최근 저를 둘러싼 검찰의 태도 변화를 통해 특검은 무용지물이며 검찰에서는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축소하고 모든 죄를 저와 경공모에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했습니다. 이에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저와 경공모에 대하여〉
김경수 의원의 언론 발표대로 제가 '오사카 총영사' 등 자리를 탐하여 인사 청탁을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아지자 협박을 하고 난동을 부린 미치광이이자 광팬으로 규정되었으며 여론은 여당의 배신자로 저를 몰아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짧은 기간이지만 포항노사모의 창립 멤버이며 2002년부터 온라인에 글을 써오던 뚜렷한 '친노무현' 성향입니다.

〈(댓글) 추천 조작 사건에 대해〉
2016년 9월부터 '선플(악플의 반대·좋은 댓글) 운동'을 펼치게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그해 한나라당 측 선거 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에 사용되었던 '댓글기계'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때 2007년과 2012년 대선 패배가 이 댓글기계 부대의 맹활약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2016년 9월 김 의원이 파주의 제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상대 측의 댓글기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2016년 10월엔 저들에 대항하여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결정하고 김경수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 타입이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주게 됩니다. 김경수 의원은 그때 카니발을 타고 제 사무실에 와서 2층의 강의장에서 제 브리핑을 받은 후 모바일 매크로가 작동되는 것도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그때 제가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가겠습니다. 다만 의원님의 허락이나 적어도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이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고개를 끄떡여서라도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김경수 의원이 고개를 끄떡여 저는 "그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프로토 타입의 기계를 보여준 데 대하여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느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말했고, 저는 문을 나서는 김 의원에게 "그럼 못 보신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경수 의원은 아마 첫 만남부터가 극히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친밀한 관계임에도 흔적만은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2016년 10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회원들이 밤잠을 못 자고 십여 일을 손으로 댓글과 추천을 달아 사태를 막았습니다. 그러나 매일 밤을 새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매크로 제작에 들어갔고 김경수 의원에게 보고하고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이때부터 매일같이 손으로 작업한 기사들의 목록을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일일 보고 하였고, 김 의원은 매일, 적어도 밤 11시에는 확인했습니다. 김 의원은 보고된 기사의 댓글이, 선플이 베스트로 되어 있지 않으면 꼼꼼하게 왜 그런지 이유를 되물어 오기도 했습니다.

〈경선·대선 참여와 인사 추천 문제〉
경공모는 대선 경선에서 300~500명씩 다섯 군데 순회 경선 현장에 각자 자비를 들여서 참가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였고 어떤 금전적 보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경선에서 무척 애썼기 때문에 김경수 의원에게 2월 초 두 명의 이력서를 전달하고 중앙선대위에 포함시켜 주기를 부탁하였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선대위에 들어갔으나 다른 한 분은 김경수 의원이 알아보겠다고 약속해 놓고 깜빡(저는 고의로 생각합니다)하는 바람에 누락됐습니다.

그때 누락되었던 분을 다시 대선 후 '일본 대사'로 추천해 주실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김 의원은 처음엔 말이 없다가 나중에는 "대통령과 면식이 없어서 곤란하다"며 거절했습니다. 2017년 2월경 "나처럼 생각하고 이야기하라"면서 소개해준 한주형 보좌관을 통해서 "특1급 자리(오사카 총영사 등)에 추천해 줄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인사 추천과 댓글작업은 관련 없다〉
마지막으로 김경수를 본 2018년 2월 20일 김경수 의원은 저를 보고 야릇하게 웃으며 "오사카는 너무 커서 안돼"라고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2017년 12월 28일 김경수 의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때 전화에서 김 의원은 "오사카는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나가야 해서 안 된다고 하고, 센다이 총영사가 추천 가능하니 센다이는 어떤가?"라고 물었습니다. 센다이 총영사는 오사카에 비해 급이 떨어지는 곳입니다. 저는 지난 7개월간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습니다. 2018년 2월 20일경에는 의원회관을 찾아가 다투었으며 3월 17일경에는 오사카 총영사 약속을 지키는지 보겠다는 문자를 보냈으며 김경수 의원은 이것을 자신에 대한 반협박이라고 언론에 대고 주장한 것입니다. 3월 17~18일경 저는 계속된 그의 기망 행위에 분노하여 이러한 행위와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 3월 20일경 언론에 털어놓겠다고 알렸습니다. 3월 21일 사무실이 압수수색되었고 모든 자료를 빼앗겼으며 저는 긴급 체포 후 오늘날까지 영어의 몸이 되었습니다.




〈구속 이후 경찰과 검찰 반응〉
검찰은 4월 30일경에는 기조가 바뀌었다면서 당장에라도 김경수 의원을 수사하고 잡아들일 것처럼 하다가 5월 14일에는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피고인의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건(업무방해)의 최종 지시자이며 모든 보고를 다 받았고, 초기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알았으며 사실상 이 사건의 '주범'인 김경수 의원을 기소하지 않고 저나 경공모 회원들만 엮어서 단죄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입니다. 저는 나가서 거짓말 탐지기로 위의 내용을 모두 검사해도 좋고, 대질도 원합니다.

댓글을 작성·추천하고 또 매크로를 써서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합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더불어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 보고받은 자이며 책임자인 김경수 의원도 우리와 함께 법정에 서서 죗값을 치르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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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자동으로 반복 작업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순서대로 해야 할 동작을 한 번의 클릭으로도 작업할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컴퓨터 게임을 손쉽게 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댓글에 매크로 작업을 하면 자동으로 순식간에 추천 수가 올라가 베스트 댓글이 된다.

킹크랩
'드루킹' 김동원씨 등이 댓글 조작 작업을 하기 위해 자체 구축한 '매크로 서버'를 말한다. 일반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대규모로 댓글 작업을 할 수 있다. 드루킹은 미국 기업 아마존웹서비스의 서버를 빌려 킹크랩을 설치했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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