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신재생에너지정책 성공하려면? 비과학적 논리부터 해소해야”


한림원, “신재생에너지정책 성공하려면? 

비과학적 논리부터 해소해야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탈원전과 함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한다는 목표의 에너지 정책을 내놓았다. 이런 구상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7년 12월 확정됐다. 하지만 이의 타당성을 놓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가 123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에너지 전환정책, 성공을 위한 해결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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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중구난방식의 비과학적 논리싸움을 자제하고 장기적 안목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분석 절차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에 확정된 에너지 정책이 최소한의 근거조차 미비한 상태에서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에너지전환정책,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본 성공여건’이란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이 개최한 제 123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 (겸 한국에너지포럼 부회장)는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전력체계를 결정하는 에너지 정책에 논쟁이 한쪽으로 수렴하지 못하고 (처음 논의때부터) 8개월째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며 “내세우는 근거와 분석 결과 등이 양측 모두에게 설득력이 없기 때문인만큼, 비과학적 논리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립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과 이에 기반한 제8 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지만 사고가 생기면 피해가 큰 원전과 석탄 등을 이용한 전력발전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대폭 보강한다는 게 핵심이다.


2017년 기준 원전(19.3%)과 석탄(31.6%) 발전의 설비용량 합은 50%를 넘어섰으며, 발전량은 원전이 30.3% 석탄은 45.3%에 달한다. (설비용량은 설치된 모든 전력 생산 설비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 전력 생산량, 발전량은 전력 생산 설비에서 실제 생산하는 전력량을 말하며 가동률 등에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LNG(액화천연가스)는 설비용량 31.8%, 발전량이16.9%이며, 신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은 9.7%이며 발전량은 6.2%수준이다.


제 8차 전력수급 기본 계획이 성공하면, 원전(11.7%)과 석탄(23%)의 설비용량 합은 34% 수준으로 줄고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은 33.7%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발전량 비중도 원전 23.9%, 석탄 36.1%, 신재생에너지 20%, LNG 18.8% 등으로 재조정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상은 피크기여도나 추가 부대비용 측면에서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짤 때, 전력수요가 최고로 치솟는 시간대에도 안정적으로 전력량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별 기여 비중을 뜻하는 ‘피크 기여도’ 역시 핵심 판단 요건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3020이행 계획을 착실히 수행해 발전량 20%를 달성한다 해도 피크 기여도에 기여하는 부분이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가능하다.


정부는 2017년 기준 피크전력 총 발전 용량 107.8GW(기가와트) 중 원전의 기여비중은 20.9% ( 22.5 GW), 신재생에너지는 약 2.8% (3.1GW)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에는 총 예상 피크 전력 발전량 (122.8 GW) 대비 원전의 기여도는 16.6% (20.4GW)로 낮아지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1% (8.8GW)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에 성공해도 피크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정부 스스로) 예측한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실효성을 따져 봐야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 정책이 유지되면 전력 수요가 갑자기 몰리는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은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이해는 가지만 (이대로는) 안정적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을 것”라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뿐아니라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모든 발전원의 비중을 다시 고려해 안전하고 경제성있는 계획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원은 이날 국가전력 계획 수립 기본모형(WASP)에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20% 달성 상황을 변수로 넣고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7차 계획보다 8차 계획이 최소 144조원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최 명예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보완 비용정도만 고려해도 (추가 비용이) 150조에 육박한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에 맞는 송변전소 건설 비용 등 다양한 경제요소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연환경에 영양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성을 변수로 넣었을때 이를 충당할수 있는 체계 마련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정책은 사회와 경제, 과학 모든 영역이 조화를 이뤄야할 문제인데 제대로 논의가 안된 측면이 있다”며 “정책 입안자와 각계 전문가들이 재논의를 통해 설득력있는 장기 전력 수급 체계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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