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30년간 자국선 원전건설 안해 산업 붕괴… 한국도 그 길 걷나


美·佛, 30년간 자국선 원전건설 안해 산업 붕괴… 한국도 그 길 걷나

이희용 前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장


세계 원전시장 향후 30년간 680조원… 한국이 황금시장 놓치지 않으려면

원전 시장 양분했던 미국·프랑스 기업… 기술자 줄고 부품산업 무너지며 몰락

한국 건설단가, 러시아·일본의 절반 수준… 고장률 등 기술력은 최고 수준 인정 받아

탈원전 속도 조절해 인력 이탈 등 막고 경제·국방·외교 아우르는 종합지원 절실


  한국전력이 작년 12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한국은 8년 동안 터키·베트남·헝가리·이집트 등 원전 도입국을 상대로 원전 수출 노력을 백방으로 펼쳤으나 성과가 전무(全無)했다.



2009년 당시 UAE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성능을 유지하면서 예산 범위에서 공기(工期) 안에 준공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지속적인 건설·운영 경험과 기술 자립도 인정받았다. 어떻게 해야 한국은 원전 수출 강국이 될 수 있을까.


美·佛·英, 자국 내 원전 건설 중단으로 몰락 자초

이 문제에서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는 기업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원전(原電) 시장을 양분(兩分)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다. 한때 세계 원자로 절반에 원천 기술을 제공했던 웨스팅하우스는 경영난으로 2006년 일본 도시바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원전 건설에 나섰지만, 작년 3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2008년 미국에서 수주한 원전 4기 공사가 수년째 지연되면서 약 7000억엔(약 7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은 게 결정타였다.


세계 원전 4기 중 1기(2011년 기준)를 건설하며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 우리와 막판까지 경쟁했던 아레바는 핀란드 원전 건설사업 지연 등으로 2014년 6조원 넘는 손실을 보아 프랑스전력공사(EDF)에 원전사업을 매각했다. 1956년 최초의 상업 원전을 가동했던 원전 종주국 영국은 아예 자국 신규 원전 건설을 프랑스·중국·한국 등 외국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원전 선진국이 몰락한 이유는 두 가지다. 스리마일(1979년), 체르노빌(1986년) 원전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자국에서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게 첫째고, 이로 인해 원전 부품 기업과 숙련 기술자 등 원전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이 붕괴한 게 둘째이다.


이 틈을 러시아와 중국·일본이 파고들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말까지 원전 20기, 133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거나 계약 체결을 추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시 움츠러들었던 일본은 최근 해외 원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작년 7월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발효했다. 지난해에는 폴란드에 차세대 원자로인 고온가스로(HTTR) 수출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들어갔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도 폴란드에 원전 수출을 노렸지만, 정작 폴란드는 일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안제이 표트롭스키 폴란드 에너지부 차관은 "원전 건설 문제는 국가 안전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며 "한국 측의 (탈원전) 발언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장,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등은 우연이 아니라 그 나라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우려해 한국을 포기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脫원전 속도 조절하고 강점 극대화해 시장 잡아야

우리 원전 산업이 살 첫째 방도는 우리의 강점 극대화이다. 한국은 정해진 예산과 공기 안에 준공하는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600개 원전의 평균 건설 기간은 82.5개월이지만, 한국이 짓는 UAE 원전은 54개월이다. 건설 단가(單價)도 우리는 ㎾당 1556달러로 러시아(2993달러)나 중국(1763달러)보다 낮다. 원전 운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이용률(86.4%)은 세계 평균(77.8%)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전 세계 원전 평균 고장 정지율은 5.9%이나 우리는 1.1%에 불과하다.


둘째는 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이다. 중국의 경우 작년 8월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가 사우디를 직접 찾아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등 원전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원전 산업 회생을 공언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라늄 농축 등을 허용하는 대가로 미국 업체 수주를 제안하는 등 고공(高空)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UAE 수출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 경제·국방·외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총력 지원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탈원전 추진 속도 조절이 관건이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전문 인력 이탈과 신규 인력 급감·부품 조달 차질 같은 악순환이 벌어져 원전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향후 30년간 원전 세계 시장 규모는 68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원전 보유국 중 독자 모델 원전을 수출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 등 6개국뿐이다. 세계 정상급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 원전 업계가 이런 황금 시장을 놓친다면 국가적 비극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6/20180116030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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