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역주행] 30년 공든 기술 ' 원전탑이 무너진다


[탈원전 역주행] 30년 공든 기술 ' 원전탑이 무너진다


英 원전사업 우선협상자 선정…해외선 원전수출 기술력 인정

中·日 등 정부차원 대대적 지원…국내선 탈원전 정책으로 역주행

中 '원전굴기' 외치며 거센 추격…2030년 원전기술력 추월당할 판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원전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8년만에 원전 수출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낭보는 앞으로 좀처럼 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산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脫)원전·탈석탄’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면 발전비용이 최대 30%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이 

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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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06209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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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물론, 일본 등 경쟁국들은 원전 산업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대대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히타치제작소가 영국 중부 앵글리시 섬에서 추진한 원전신설프로젝트에 정부가 5000억엔(4조7000억원) 금융기관 대출지급 보증을 하면서까지 원전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관련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 지원은 하지 못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산업의 토대를 앞장서서 무너뜨려서는 안된다며 밀어부치기식 탈원전 정책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해외서 인정받는 기술력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 기술력이 이뤄낸 쾌거다. 영국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짓는 이 프로젝트는 약 150억 파운드(약 21조원)를 투입하는 초대형 원전 사업이다. 원전모델은 2002년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APR 1400'이다. 설비용량 1400㎿에 설계수명은 60년이다.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한국은 2009년 UAE와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APR1400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는 지난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 이미 유럽 수출길을 확보한 상태다. EU-APR 표준설계는 APR 1400을 유럽 안전기준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한국 원전의 건설 단가는 ㎾당 1556달러로 중국(1763달러), 러시아(2993달러), 일본(3009달러), 프랑스(3869달러) 등 경쟁국에 비해 낮다. 공사기간도 한국은 평균 56개월로 중국(68개월), 프랑스(126개월)에 비해 짧다. 고장 정지율은 한국 원전이 1.1%고 중국 1.5%, 일본 3.9%, 러시아 4.2%, 프랑스 8.0% 등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한국 원전의 비계획 발전 손실률(UCL)은 2014~2016년 평균 1.0%(24기 가동)인 것으로 집계됐다. UCL은 일정 기간 비계획적인 사건에 의해 전력을 생산할 수 없었던 전력 손실량을 지수화한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운영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UCL 수치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3.4%(441기 가동)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 기간 58기의 원전을 가동한 프랑스의 UCL 수치는 5.7%에 달했다. 19기를 가동한 캐나다도 4.6%로 높았다. 미국(99기 가동)과 중국(28기 가동)의 수치는 각각 1.5%와 1.4%였다.


거꾸로 가는 정책에 원전산업 기반 '흔들'= 이처럼 해외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국내 원전산업은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위기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수출 경쟁력이 타격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8차 계획은 정부의 탈원전ㆍ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6기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10기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을 반영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이를 통해 원전 발전비중을 2017년 30.3%에서 2030년 23.9%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원전 사업장 안전대책 강화, 노후 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 등 탈원전 정책을 진행해왔다. 지난 6월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모순적 상황이 결국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신규 원전이 '백지화'된 가운데 수출을 강조하면 해외에서도 의아하게 볼 수 있다"며 "향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 원전 부품부터가 무너져 원전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中 '원전굴기'에 박차…막강한 수출 경쟁자 부상

영국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쳤지만, 중국은 '원전굴기'를 앞세워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에 110기의 원전을 운영, 세계 1위 원전 대국이 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중국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을 파키스탄에 2013년 처음 수출한 이래 아르헨티나ㆍ루마니아 등 국가에서 10기를 수출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ㆍ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일환으로 원전 수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광허그룹(CGN)은 해외 7개국에 6기의 원전 유닛, 8기의 원자로 및 장비를 수출했으며 전 세계 40여개 국가와 원전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원전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61기에 달한다. 발주했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원전도 160기에 이른다. 앞으로 30년 동안 세계 원전 시장 규모는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교수는 "중국은 해외 11개국에 30개 원전 수출을 추진 중에 있다"며 "탈원전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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