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분양가로 삼성전자 샀으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15채가..."



"샀더라면, 팔았더라면…"

110배 오른 압구정 현대, 1,764배 오른 삼성전자

1977년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분양가 1평(3.3㎡) 55만원

→ 지난해 매매가격 평당 6000만원


  "했더라면, 하지 않았더라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 전경 출처 온라인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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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는 수많은 넋두리가 오간다. 매일같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는 현대인 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잘나가는 상사에게 줄을 서지 못했다는 아쉬움부터 학창시절 작은 일탈이 바꿔 놓은 나의 인생에 대한 씁쓸함, 건축학 개론의 쌉쌀한 추억까지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자발적 선택에 대한 아쉬움 뿐 아니라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형제, 자매, 아들, 딸 등 가족에 대한 가슴 속 넋두리는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려온다.


청년 뿐 아니라 중장년의 마음까지 홀려버린 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듯 인생의 가정법은 아메리카노의 시럽처럼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덧없기 그지 없다.


사회에서 이런 가정법과 넋두리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딜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곳은 많겠지만 증권부 기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단연 주식시장이다.


"샀더라면, 팔았더라면…"


가장 많은 후회는 개미들의 몫이지만, 가까이 지켜본 바로는 기관이나 외국인들도 개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욕심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 수익률이 좋은 매니저는 정작 자신의 재테크에 젬병이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전세를 살면서 훌쩍 올라버린 집값에 속상해 한다. 펀드로 돈을 벌어봤자 자기 돈은 아니다.


단순히 재테크 차원으로 범위를 압축해 볼 때 모든 한국인들이 공감할 후회는 뭘까. 단연 부동산 테크일 것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타워팰리스를 살 기회가 있었음에도 마지막 1%의 망설임을 넘지 못한 대한민국 99.99%는 언제나 속이 쓰리다.


1977년 분양한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분양가는 1평(3.3㎡)에 55만원이었다고 한다.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해,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평당 6000만원을 넘었다. 불과 40년만에 110배 가량 오른 셈이다.


1977년 2750만원으로 50평짜리를 하나 사뒀으면 지금 30억원의 갑부가 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강남의 많은 부동산 갑부들이 이런 과정으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보며 코웃음 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주주들이다. 삼성전자는 1975년 6월 11일 상장했는데 당시 가격이 1131원이었다.


이로부터 42년 뒤인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199만5000원(26일 종가)다. 상장당시와 비교하면 무려 1763배 주가가 올랐다. 50평짜리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신 삼성전자를 사놨다면 얼마가 됐을까. 무려 485억원이 넘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15채를 사고 취득세, 등록세까지 내도 돈이 남는다. 굳이 부동산을 사지 않아도 된다. 은행에 맡겨 연 2% 금리만 받아도 매달 1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오니 말이다.


지난 26일 장중 2백만원 고지를 밟은 삼성전자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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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삼성전자 액면가는 상장당시 1000원이었고 지금은 5000원이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350배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42년간 누적된 배당의 복리효과를 감안하면 수치 차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장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들고 있는 주주가 있을까는 의문이다. 현재 상황은 당사자인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도 내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증시에는 수많은 상장사들이 있다. 승승장구 하다가 크고 작은 위기를 넘지 못하고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도 수두룩하지만 삼성전자처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이루는 곳들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미래의 재테크에 부동산이 좋을지, 아니면 주식이나 예금이 정답인지는 모르나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다면 삼성전자 얘기를 하면서 자녀, 또는 손자에게 물려줄 주식을 얘기해 보는 것도 즐거운 가정법이 될 듯 싶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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