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향’은 아침형, ‘서남향은 저녁형에 적합


아파트, 입지 다음엔 방향이라는데

내게 맞는 ‘향’ 고르기
 

  입지, 조망, 내부구조, 층수, 브랜드, 판상형 대 타워형…. 주택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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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입지를 최고로 치고 다음으로 방향을 꼽는 이들이 많다. 조망과도 밀접하지만 방향 결정의 기본요인은 일조권이다. 같은 입지에 같은 브랜드의 한 단지 내 아파트라면 어느 동, 어느 호수의 집을 고르는 게 자신에게 맞을까. 


한국 사회는 남향집을 선호해왔다. 여름엔 최대한 햇볕을 피해 시원하고, 겨울엔 최대한 햇볕을 쬘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한다. 난방비와 냉방비를 모두 아낄 수 있다. 과거 아파트는 ‘일(ㅡ)자’ 형으로 반듯하게 남향으로 지은 집이 많았다. 그러나 남향을 찾는 수요는 많고 공간은 제한되자 타협안이 나왔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차원에서 ‘ㄴ자’ 형으로 90도씩 꺾은 형태다. 자연스레 정남향 집은 찾기 어려워졌고, 동남향과 서남향으로 남향을 절반씩 나눠 갖게 됐다. 여기에서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효용이 정확히 50%씩 반감됐다면 모를까, 선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남향은 겨울, 서남향은 여름에 불리

대체로 동남향은 여름에, 서남향은 겨울에 유리한 방향으로 통한다. 생활유형별로도 달라지는데, 해를 즐기는 이들은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볕이 동남향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동남향에선 여름철 아침부터 햇살이 비쳐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사실 기온이 본격 올라가는 시각은 오후다. 오후에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해 넘어갈 때까지 직접 거실 안에 쏟아지는 서남향 집이라면 겨울엔 남향보다 나을 수 있다. 


반면 서남향은 여름엔 뜨거워 냉방 비용이 부담된다. 동남향은 겨울철 난방비가 서남향보다 올라간다. 다만 새 아파트는 단열이 잘돼 있어 난방비 부담이 덜하다. 유지비 측면에선 개별난방 내지 지역난방 비용과 에어컨 냉방 비용을 비교해 유리한 쪽을 택하면 된다. 한반도 여름철이 점점 아열대화하는 현상도 따져볼 거리다. 


현실적으로 고려할 건 사실 따로 있다. 앞 건물에 가리면 기대 효과는 반감된다. 아무리 좋은 동남향 집이라도 옆 동에 가려 오전에 해가 반짝 비쳤다가 그늘이 지는 곳이 허다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로 집을 구하려면 오전·오후 각각 현장을 보고 여름·겨울을 함께 따져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개 집은 어느 한 철에 보고, 특히 오후 시간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에는 서남향 집이 잘 팔릴 수 있는 이유다.


정남향 집도 태양이 정오에 가장 높게, 직각으로 비추는 게 사실은 아니다. 한국 표준시는 일본 도쿄 기준이기 때문에 낮 12시30분쯤(계절별 차이) 태양이 가장 높게 뜬다. 집을 고를 때도 이 시각쯤에 햇볕의 각도와 뜨고 지는 위치, 시각을 살펴야 정확하다. 


이정섭 GS건설 건축설계팀 차장은 “ㄴ자 형으로 동을 배치할 때 공간 활용과 조망, 일조량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여름에 더울 때 서쪽 해가 뜨거워서 전통적으로는 남향이 아니라면 동남향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다만 아침에 숙면을 취해야 하는 사람은 서남향을 선호하는 등 개인 생활행태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의 반포 아파트는 거실이 한강이 있는 북쪽을 향하고, 부산 해운대는 광안대교 쪽을 가장 선호하듯 방향은 조망 영향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3베이냐, 4베이냐 따라서도 달라

평면구조별로도 각 방향이 주는 영향이 바뀌게 된다. 예컨대 3베이 구조 중 방 3개짜리 평면은 작은 방 하나가 뒤쪽에 위치한다. 남향인 3베이 구조의 가장 약점은 뒷방이 어두침침한 편이고, 곰팡이까지 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남향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동남향이라도 오전 해는 뒷방에 안 비친다. 반면 오후 3~4시쯤이 되면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의 일부가 직접 뒷방에 비치거나, 적어도 방이 밝아진다. 반대로 서남향은 3베이 구조라면 뒷방에 아침 해가 들 수가 있다. 


또 앞쪽에 4개(안방, 거실, 작은방 1·2)가 나란히 놓인 4베이 구조에선 동남향은 오전 해에 의지하게 된다. 서남향이 일조에 유리한 편이다. 다만 4베이 동남향 중에도 뒤쪽에 ‘멀티룸’이나 별도 거실이 있어 통유리창으로 된 경우는 오후 해를 만끽할 수 있다. 


일조권은 기분 문제도 있지만 빨래나 화초 때문에도 중요하다. 요즘은 베란다를 확장한 집이 많다. 동남향 집의 큰 고민거리가 빨래 말리기다. 서남향이 상당히 유리하다. 다만 요즘 인기품목으로 떠오른 빨래 건조기가 있다면 집 방향 선택에 영향을 덜 준다. 건조기가 보편화된 미국 같은 사회는 빨래를 너는 건 마치 ‘서부시대’ 얘기처럼 돼 버렸고 북향집도 허다하다. 한 건설사 홍보담당자는 “분양소장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정남향이 제일 먼저 계약 완료되고, 미세한 차이로 아침 햇살이 드는 동남향이 서남향보다 좀 더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방향 자체도 중요하지만 판상형인지, 타워형인지에 따라 환기 구조도 달라지고 곰팡이가 피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ㄷ자나 ㅁ자 건물의 주택이라면 더 고민될 수밖에 없다.




방향을 고를 때 유의할 사항이 또 있다. 분양 안내책자의 단지 배치도는 정확한 방위를 표시하지 않거나 길이나 조망권을 위주로 편한 대로 방향을 돌려서 그려놓기 일쑤다. 그림에는 45도 동남향 같지만 실제는 동동남향 집도 많다. 현장에 가서 나침반까지 들고 따져야 하는 이유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1222109025&code=920202#csidxed39086f1ab024a97c2765cf960b7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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