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플랜트 수주 부진은 '높은 인건비' 탓…용병 필요" - 조성환 중동 건설 전문 컨설턴트


조성환 중동 건설 전문 컨설턴트

"다국적 임직원으로 조직 개편해야"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들의 각축장인 중동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는 높은 인건비 탓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동 물량을 휩쓸고 있는 유럽업체들을 본보기로 삼아 인도 등 다국적 임직원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조성환 중동 건설 전문 컨설턴트


조성환 중동 건설 전문 컨설턴트는 지난 25일 서울 반포동 반포원에서 열린 '2015 글로벌 플랜트 프로젝트 동향' 세미나에 앞서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조 컨설턴트는 "작년 중동에서 한국업체의 수주가 부진했던 것은 저유가 탓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작년 발주량은 지난 2014년과 비슷했는데, 우리 성적이 안 좋자 저유가로 이유를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수주 못 한 자리에는 TR(테크니카스 리유니스)과 페트로팩(Petrofac) 등 유럽업체가 들어왔다"며 "사상 최대의 호황이 찾아온 유럽업체들은 한국의 저가공세가 판을 치던 과거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를 선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중동 현장에서 시공인력을 제외하고 엔지니어링과 조달, 사무관리 등에서 100명이 필요하다면 우리 업체는 한국인 100명이 동원되는데, 근래 유럽업체는 유럽인이 3-4명이고 나머지 90여 명을 인도인으로 채운다"며 "견적을 아무리 해 봐도 유럽업체에 밀린다"고 말했다.


국내 인력과 유사한 수준의 기술력을 값싼 인건비로 가져오는 유럽업체와 근본적으로 경쟁이 안 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게 조 컨설턴트의 지적이다.


그는 "TR은 중국과 베네수엘라에서도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하고, 본사에는 40개국 국적의 1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페트로팩은 영업은 영국인이, 경영인 아랍인, 설계·조달·시공·관리는 대부분 인도인이 수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 컨설턴트는 국내건설사가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해야만 해외건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은 현지에서 하더라도 설계와 구매는 인도나 필리핀에서, 기자재 구매는 중국에서 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24시간 회사가 굴러가게끔 글로벌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컨설턴트는 글로벌 플랜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조성환의 플랜트 건설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방문객이 2천 명이 넘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형 EPC 업체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약 27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조성환 컨설턴트는 SK건설 인도네시아 지사장, 중동 지사장(2000년 12월~2004년 12월) 등을 거쳐 쿠웨이트 10대 종합건설업체인 사이드 하미드 베베하니(Sayed Hamid Behbehani & Sons Co.)에서 사업개발 담당 임원을 지냈다. 현재는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글로벌 컬설팅회사나 증권사, EPC업체 등에 자문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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