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왜 잘 안될까요" - 김성진 산업연구원 연구원


김성진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 연구원


   전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 협약 등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녹색성장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원전현황 source truthernews.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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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이후 확산되던 원전 축소 움직임도 최근에는 오히려 기존 원전 정책의 유지·확대로 돌아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 원전 시장 수주 규모는 75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고, 2030년까지 약 430기의 원전이 추가로 지어질 예정입니다. 세계 원자력 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연간 500억~600억 달러 규모 원전 건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총 23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만716Mw의 설비용량을 보유한 세계 5위의 원전 강국으로, 2030년까지는 1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입니다. 규모 7.0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안정성과 90.7% 원전이용률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운영능력을 보유할 뿐 아니라 원전건설 능력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상황과 여러 가지 강점에도 불구하고 2009년 UAE의 원전 수출 계약 이후 우리 나라의 신규 원전 수주 수출 계약은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앞장서 터키와 베트남에서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원인은 2013년도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원전 비리 사건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전 비리 사건은 국내 원자력 발전소 부품 납품과정 중,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부품들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돼 수년 이상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돼 왔던 것이 적발된 사건입니다. 이 부품 제조업체들이 수출용 원자력 발전소의 부품 검증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수출 악영향 및 국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었지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국내 원전 산업 구조의 문제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 구조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시장에 초점을 두며, 국내 원전 건설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계와 제작, 유지보수 기능이 통합돼 있는 해외 원전 판매회사들과는 달리, 국내 원전산업 구조는 수직적으로 각 역할이 분할돼 있어, 원전 수주 계약시 각 회사들 간의 수익 배분을 조율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치열해진 원전사업 수주 경쟁 시장입니다. 선진국의 원전 시장규모가 정체됨에 따라 기존 원전 강국들은 성장하고 있는 개도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본은 과거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생긴 오명을 씻기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원전 세일즈에 앞장서며 ‘원전 입지 확대, 수출 드라이브’라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에 UAE 원전 수주에서 실패한 후에 전담 기관인 JINED(국제원자력개발주식회사)를 세워서 정부와 산업계가 협동해 신규 원전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과 터키는 2013년에 일본의 원전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치열해진 원전사업 수주 경쟁 시장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먼저 원전의 안전에 대한 신뢰도 향상이 필요합니다. 국제표준에 맞추어 원전부품 등을 검증할 수 있는 별도의 안전규제기관을 설립해, 국내 원전에 대한 국제 신뢰도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원전 산업의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한수원이 발전회사이면서 동시에 건설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데, 건설 기능을 독립시켜 기자재 및 계통 설계, 제작과 통합함으로 기자재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정책적인 지원도 시급합니다. 터키에서 일본이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한 저금리의 사업비 조달을 통한 금융지원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이러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출금융 지원확대를 포함한 각종 제도적인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한국 독자 모델인 스마트(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가 2015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 계약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 원자로는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는 5분의 1, 발전량은 10분의 1인 중소형 원자로로, 전력 인프라가 적거나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에 유리하게 판매될 수 있습니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중소형 원전도 수출에 포함시킴으로써 보다 다변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잡아 한국 원전 기술의 강점을 살리고 내외의 장애물을 극복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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