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고부가가치 영역 진출과 디벨로퍼로의 역할 키우자" -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 다변화·기술개발·사업관리능력 배양
투자개발사업과 복합금융·개발금융 등의 연계 중요 

  뜨거운 열사의 땅에서 구릿빛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며 한국 경제를 일으킨 해외건설은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 우리의 희망이었고, 훗날 우리 경제 성장의 자랑스러운 신화가 됐다. 

2014년 660억달러를 수주했고, 지난해엔 누적 수주액 7000억달러 달성과 매출액 세계 5위권 진입 등 괄목할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만 보면 461억달러 수주에 그쳐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올해는 2월 말 현재 5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저유가로 인한 중동 지역 발주량 급감이다.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과 유가의 상관계수는 0.9로 매우 높다. 우리는 이미 1970~8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주 감소를 경험했다. 

해외건설 강국들의 해외 진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유럽과 일본은 유로화 및 엔화 약세로 수주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 중국마저 엄청난 달러 보유고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어닝 쇼크를 계기로 무리한 수주를 지양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하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진출 지역 다변화 △기술개발 △사업관리능력 배양 등은 물론 도급 중심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의 핵심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세계 투자개발형 사업 규모가 2004년 232억달러에서 2014년 1075억달러로 10년 새 5배가량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 금융 경쟁력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 해외건설은 전체 수주의 90%가량을 도급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도급사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 사업의 구조적 변화가 더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이젠 기획과 디자인, 기술 조합의 시대다. 개별 기술력은 어느 나라든 어느 기업이든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수요자가 필요로 할 상품을 먼저 기획·디자인하고,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요소 기술을 조합해 '아이(i)-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건설 산업도 폭넓은 네트워크와 정보력, 프로젝트 발굴과 설계·조달시공(EPC), 금융 조달, 운영·보수(O&M)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진출 및 디벨로퍼로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업 발굴 단계의 초기 시장개척자금 지원, 해외마스터플랜 수립 지원, 타당성 조사 지원 사업 등이 연계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사업 경험과 공신력을 갖춘 공공기관과 협업해 시장을 개척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인프라펀드(3500억원),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 20억 달러), 해외건설특화펀드도 조기에 투자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투자개발사업과 유·무상원조, 복합금융, 개발금융 등의 연계도 중요하다. 예컨대 발전사업 중 송·배전망은 유·무상 원조로 건설하고 주 전력생산시설물은 투자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상하수도 사업 중 관로개설을 유·무상 원조로 연계한다면 과도한 사업비와 수익성 저하로 투자개발 사업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개도국 인프라 사업에의 진출도 가능하다.

최근 수자원공사, LH(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기관장들과 해외건설진흥 확대회의를 가졌다. 기관간 협업과 융·복합 진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올바른 지적이다. 철도(철도시설공단)와 역세권 개발(LH), 수자원(수공)과 전력(한전) 등 기술·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패키지 진출이 가능하다. 

많은 신흥국들이 우리의 도시개발모델을 선호하니, 한국형 스마트 생태도시(K-Smart city) 수출도 발빠르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급격한 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젠하워는 "전장에서 계획은 아무 쓸모없지만, 계획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선택·집중해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앞날은 밝다. 이란 시장과 AIIB 출범 등 기회 요인도 많다. 다시 한 번 우리 해외건설이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출처 뉴스1 (hj_jin@)


kcontents


"from past to future"

daily construction news

conpape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