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전문 변호사로의 길"


이범상 변호사  

    “검사 출신인데 어떻게 건설 전문 변호사가 되었나요?”

건설소송을 수행하면서 의뢰인이나 주변 변호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짧은 검사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한 후 2∼3년간은 주로 형사사건을 수행하였으나, 수임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위기감에 새로운 전문분야를 개척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분쟁의 피고 건설회사를 대리하게 되었다. 원고 측이 신청한 감정의 결과는 건설회사에 매우 불리하였다. 관련 건축공학서적을 읽어보고 건설회사의 주장을 정리하여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필자가 주장한 이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감정서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되었다. 

“재판부는 왜 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내가 건설에 대하여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 건축공학을 공부를 해보자.” 산업대학원 건축공학과에 입학하여 2년 동안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듣다 보니 건설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는 원우들이 많이 생긴 것은 행운이었다.

건축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저절로 건설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건설소송의 이론을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에 기존의 이론서를 참고하여 사례 중심의 건설소송에 대한 책을 썼다. 처음 나온 책은 매우 부끄러운 수준의 것이었지만 건설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해주었다. 건설소송 책의 저자라는 이유로 건설소송 수임건수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고 대학원 등에서 건설소송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소송 경험도 늘어나고 관련 판례도 풍부해져 책을 개정하여 제4판까지 내놓다 보니 필자 스스로도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최근 몇년 사이 변호사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변호사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도 전문분야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필자가 건설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에는 체계적으로 건설소송을 준비할 만한 여건이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설전문을 표방하는 변호사가 그리 많지 않아 희소성도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도 많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부터 통섭학문이라는 측면에서 건축공학과 건설법학을 함께 가르치는 대학원들이 생겼고, 그런 대학원에 입학한 변호사들도 많이 있다.

한 분야에 대하여 많은 준비를 하였다고 하여 의뢰인들이 알아서 사건을 맡기지는 않는다. 각 분야의 전문변호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자신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다. 관심 분야의 논문이나 판례평석을 쓰는 것이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건설 분야 또는 다른 분야의 전문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준비하여야 한다고 한다. 전문변호사를 준비하던 필자에게는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절박한 사정 때문에 절실한 열망을 갖게 되었고 10년 이상 꾸준히 준비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절박한 상황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범상 변호사  |  bslee@dongi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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