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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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2016.02.24


지난해 우리 사회에 공포 분위를 조성했던 ‘메르스(MERS) 사태’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전 세계를 다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확산되며, 우리 사회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모기(학명; Aedes aegypti)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1947년에 중앙아프리카 우간다(Uganda)의 지카(Zika) 지역 숲속에서 열병에 걸린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로부터 처음으로 발견되어 분리되었습니다. 그리고 1952년에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인체 감염사례가 보고되며, 처음 발견된 지카라는 숲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51년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적도 지역으로 확산되기는 했지만, 2007년까지 확산 범위가 넓지 않았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대대적인 확산은 지난해에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는데, 연구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2014년에 남태평양 중부에 위치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로부터 브라질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5년 5월에 브라질 북부와 북동부 그리고 남동부에 지카 바아러스 감염으로 뎅기열(dengue fever)과 유사한 질병이 나타나, 많은 감염자들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발진과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는 2015년 10월에는 콜롬비아, 11월과 12월에는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까지 확산되었고,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에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집트 숲모기와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뎅기열 등의 전염병을 매개하는 모기로 알려져 있는 흰줄숲모기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가 주 번식지이며, 내륙에도 일부 서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난 100여 년간 인류는 전염병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왔으며, 그 대부분이 바이러스가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경로가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고,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법도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00년간 지구상에 유행한 ‘10대 전염병(사망자 기준)’ 조사에서 1위를 에이즈(AIDS)로 꼽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7차 콜레라 유행, 신종 인플루엔자, 에볼라(Ebola), 콩고홍역, 서아프리카 뇌수막염, 그리고 사스(SARS)가 10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중 5위 콜레라와 9위 뇌수막염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들은 모두 RNA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며, 지카 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입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숲모기에 물린 사람 중 20% 정도가 가벼운 감염 증상을 보이며, 그 증상은 발열, 피부 발진, 관절 통증, 근육통, 두통, 눈동자 충혈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은 2~3일에서 1주일 정도이고, 최대 잠복기는 2주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염으로 바로 사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감염된 경우 바로 병원에 가면 치유가 가능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을 크게 두려워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소두증(小頭症, microcephaly) 아이의 출생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두증 아이의 출생은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로부터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소두증은 임신 중에 태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신생아가 정상보다 작은 뇌를 가지고 태어나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출생 시의 결함으로 인한 출생 후 뇌의 성장 정지가 발육지연, 지적장애 그리고 발작 증세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WHO는 소두증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의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부 브라질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염증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길랑바레(Guillain-Barre) 증후군이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를 확실하게 구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역학조사와 함께 다른 잠재적인 요인의 조사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발생국 현황은 홈페이지(www.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부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신 중에 발생국에 다녀온 경우, 2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진료 시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 다녀왔다는 것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며, 산부인과 진찰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이 있는지도 확인해야만 합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혈에 의한 감염은 보고된 바 없지만, 잠재적인 전파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와의 성 접촉에 의한 전파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그의 확증을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와 근거 자료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의 차단을 위해서는 감염에서 회복된 후에도 2주까지 바이러스의 잔존 확인이 필요합니다.

지카 바이러스 질환의 초기 증상은 가볍게 나타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습니다. 감염이 확인되면 물을 많이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열은 일반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현재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하는 것입니다. 우선 지카 바이러스 발생이 확인된 나라로의 여행 자제해야 하며, 공무나 다른 이유로 방문 여행이 불가피하다면 현지에서 다음과 같은 안전 수칙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씨가 덥더라도 외출 시 긴팔 상의와 긴 바지를 입어 모기의 물림 공격에 대비하고, 에어컨이 없는 곳에 머물 때는 창문이 스크린으로 외부와 차단된 방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잠을 잘 때는 방충제를 살포한 다음, 모기장 안에서 취침하도록 해야 합니다.

모기가 번성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위험 요인인 모기들의 번식처에 대한 대응도 중요합니다. 모기들이 산란해 서식할 수 있는 물통들을 비우고, 모기 서식처가 될 수 있는 화분, 폐타이어, 지붕 홈통 등의 오물을 비우거나 제거하는 관리도 필요합니다. 사회단체들은 지방정부를 도와 그 지역의 모기 밀도를 줄이는 일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리 인류에게 항상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제 메르스 사태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응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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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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