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됨됨이로 뽑읍시다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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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됨됨이로 뽑읍시다

2016.02.18


국회는 아직 선거구를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확실 상황에서도 길거리에서는 총선 예비후보들이 자기를 알리느라 바쁩니다. 예비후보들은 자기 이름을 적은 널빤지를 들고 길 가는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띄려고 애씁니다. 알리는 방식이 저런 것이어야 하나 싶어 안쓰럽습니다.

저렇게 노력하여 국회에 간 사람에게 보내는 세평이 혹독할 때가 있습니다. "꽤 괜찮은 사람인데 국회에 가기만 하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안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치권에 가더니 달라졌어." 이런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후보로 나선 사람은 그 분야에서 스스로 한몫한다는 사람이고, 그중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썩 괜찮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실제 활동할 때 유권자의 기대와 달리 행동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공천 방식에 문제가 있을까요? 아니면 유권자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해야 한다.’라고 돼 있으니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유권자는 사람을 보고 투표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당 이름만 보고 표를 주면 안 됩니다. 정당에서 인재 영입경쟁이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정당 이름 덕분에 당선된 사람은 당의 명령이 부당하더라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 밖에 나면 다음 공천은 물 건너갈 테니까요.

인물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인물됨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정당은 좋은 인물을 자기 당으로 끌어오려고 애를 쓸 겁니다. 사람이 정당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정당이 인물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국회로 간 사람은 올바른 방향으로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살아온 날, 활동했던 기록은 그 사람을 판단할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 사람이 움직여온 행적은 앞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평소에는 자기 지역구 일에 관심도 없다가, 선거 때만 되면 갑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나타납니다. 자기 지역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선거 때와 관계없이 평소에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왔어야 합니다.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고, 다른 일로 활동하다가 선거 때가 되면 고향으로 달려가 사랑을 외치는 사람. 그 사람이 좋은 일꾼일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4월 선거에서는 갑자기 지역구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사람을 눈여겨보십시오. 말한다고 다 된다면 무슨 말인들 못 할까요. 내가 뽑은 사람이 4년을 좌우합니다.

출마한 사람 가운데에서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흔히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뽑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두 뽑기 싫은 사람만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유권자에게 뽑지 않을 권리를 줄 것을 제안합니다. 국회의원 300명 다 뽑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투표용지에 ‘뽑지 않음’ 칸을 만들고 그 칸 득표율이 제일 높으면 그 지역구는 의원을 뽑지 않는 것으로 선거제도를 고치면 어떨까요? 대표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보내지 않을 권리, 이게 대의정치의 뜻에 맞을 것 같습니다. 정당은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괜찮은 사람을 내세우려고 애를 쓸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인물 위주로 바꿔 봅시다. 좋은 인물이면 정당이 어디냐에 상관없이 뽑아주는 것이지요. 조용한 가운데 선거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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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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