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매력적인 시장... 우린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어"


“이란은 매력적인 시장인데 
우린(한국은) 준비된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58)은 12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중국 등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이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7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내년까지 발주될 노후시설 공사 물량은 약 1000억 달러(121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올해 79억 달러가량의 석유 관련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다. 저유가로 중동 건설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사업 기회다.  

박 사장은 “(우리는 공사 발주 정보를 알려주고, 수주 작업을 지원해줄)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크도, 현지 에이전트(업무 대리인)도 부족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치요다화공건설은 벌써 이란 기업과 손을 잡고 공사를 따냈다. 

경쟁국에 비해 열악한 금융 지원도 한국 기업의 약점이다. 그는 “(조달) 금리나 금융한도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란 진출 확대를 위해 최근 각각 50억 유로(약 6조8000억 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에서 발주되는 공사 규모가 건당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친 ‘전략통’이다. 그는 12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 시장이 열렸지만 한국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자칫 국내 건설사 간 출혈경쟁으로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대로 가다간 2008년처럼 국내 건설사들이 과도하게 경쟁하고, 저가 수주를 견디지 못해 적자를 내는 일이 재발할 수 있어요.”  

박 사장은 “이란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 간 ‘출혈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며 “기업 간 협의체를 만들어 건설사 3, 4곳이 함께 사업을 따내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민관 협의체인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을 조만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란 시장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박 사장은 “이란 정부가 다시 핵에 손을 대면 그간 투자한 게 백지 상태가 된다”며 “‘스냅 백(경제 제재로의 복귀) 조항’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다시 경제 제재를 받더라도 수주계약이 무산되지 않게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란 외에도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인도 갠지스 강을 가로지르는 4억8000만 달러 교량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방한해 양국 경제협력을 강조한 후 인도 시장에서 따낸 첫 번째 대형 공사다. 박 사장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간 교량공사 경험이 많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연내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푸르지오’의 인지도가 지금은 2위지만 앞으로 1위로 올라설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올해 주택 2만5000채를 공급할 예정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를 늘려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는 공급과잉의 결과가 아닌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인허가 물량이 2014년보다 20만 채가량 늘었지만 그간 워낙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공급과잉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최근 미분양 증가는 대출 규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더 어두웠다. 박 사장은 “세계적으로 경제공황에 근접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의 문제도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1∼3월)부터 공사가 지연되면 발주처에 내는 지체상금(Liquidated Damages)도 회계장부에 명시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우리 잘못으로 공사가 지연돼 벌금을 낸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돼 건설사 과실이 없더라도 이를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고민이다. 박 사장은 “해외 발주처들이 ‘지체상금까지 반영해 놓고 이제 와 돌려달라고 하느냐’며 발뺌할 수 있다”며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계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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