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저터널을 뚫자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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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터널을 뚫자

2016.01.20


기원전 동양의 대국은 장대한 담을 쌓았고, 서양의 제국은 길을 뚫었습니다. 1만 리에 이른다는 중국의 장성(長城)과 8만 킬로미터가 넘는 로마의 가도(街道)입니다. 장성은 한족을 중심으로 한 통일 중국을 위협하는 오랑캐 족을 막는 것이 목적이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가도는 민족과 종교가 다른 유럽 국가에 영토와 국력과 문화적 교류를 넓히는 혈맥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2,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동양과 서양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서아시아로부터의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장벽 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담을 쌓기보다 길을 뚫은 쪽이 더 빨리, 더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도로는 마차 자동차 기차 전기차가 질주하는 디딤돌이 되었고, 바닷길은 범선 기선 핵추진선의 개발과 함께 천문학 지구과학 발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름철 북극 항로가 열리자 각국이 항로 확보와 자원 개발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길을 선점하는 자가 주도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길을 막으면 일시적 안전보다 반목 증오 적개심이 더 치열해지고, 분쟁이 더 잦아집니다.
장성은 수많은 이민족의 침입을 다 막아내지 못했고, 지금은 거대한 관광유물로만 남아있습니다. 말레카 해협의 싱가포르를 영국이 점령하고 서태평양 제해권을 미국이 행사해, 원유 도입선의 목줄이 죈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도 바닷길을 막은 탓입니다.

우리나라의 길은 어떤가요?
내부적으로는 남한은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지하철이 주요 도시 통행량의 절반을 넘보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철도의 복선화 전철화, 저가항공 확산에 이어 대운하 사업까지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이 걷히면서 유럽 및 아프리카와의 항로는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총부리를 맞대고 철조망으로 갈라진 남과 북은 70년 가깝도록 길이 막혀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 교류는 물론 통신과 대화마저 끊긴 채 일촉즉발의 무기 경연장이 되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은 결코 남북의 통일을 바라지 않고 , 분단의 비극은 망각의 세월이 아니면 치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길은 없을까요?

차제에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해저터널을 뚫을 것을 제안합니다. 한일 해저터널은 크게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한 한·일간의 관계개선입니다. 제2 무역 상대국인 일본과 한국의 터널 연결은 기존의 관광객 교역량과 문화적 접촉을 늘려 이해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 경제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일 간에 뚫린 길을 중국 러시아와 연결하는데 북한이 장애가 된다면 국제 여론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게 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남북과 북~중 북~러 간의 길을 열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미아 신세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합니다.

셋째 극동의 세 경제 대국 한중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습니다. G2·G3인 중국 일본과 무역량 10위권인 한국을 연결하는 길은 이 지역의 경제 블록을 키워 러시아 서아시아 유럽과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극동 3국의 무역량과 위상은 미국이나 EU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난관도 적지 않습니다. 무수한 침략과 전쟁의 과거를 지닌 세 나라는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친일’이라는 사안에는 피가 역류하는 알레르기 반응이 있습니다. 왜구 침탈, 임진왜란, 일제 강점을 겪은 한국은 지금도 위안부와 교과서 문제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도 청일전쟁 패배와 만주국 건국의 치욕을 씻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3국은 가장 많은 인적 왕래와 물적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길을 여는 것이 공생의 현실과 감정적 괴리를 융합하는 하나의 방도가 아닐까요?
100년전쟁을 치른 영국~프랑스 간의 도버해협과 유라시아를 잇는 신 실크로드인 터키 보스포루스해협 해저터널의 역할과 위상은 우리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달뿌리풀 (화본과) Phragmites japonica Steud


크고 작은 온갖 바람이 스칠 적마다 잎, 줄기, 이삭 전체를 흔들어대니 들고나는 바람마다 맞이하고 보내는 그리움의 손짓처럼, 작별의 아쉬움처럼 쉬임없이 흔들려야만 하는 달뿌리풀. 그곳에도 쉼이 있고 정적(靜寂)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잠들고 흰 눈이 내려 쌓인 눈 뒤집어쓰고 적멸의 묵상에 잠긴 모습.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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