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에 '국내 예선전' 요구하는 정부 오지랖" - 조선비즈 박의래

정부, 건설사 해외 저가 수주 감독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밀릴 수도"


저가 수주 방지 위한 조인트벤처 컨소시엄에 의한 해외수주 전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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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예선전 치르고 나가라는 거네요.”


국내 5대 건설사 중 한 회사의 임원은 최근 정부가 건설사들의 해외 저가 수주를 감독하겠다고 한 것을 놓고 본선 경기에 뛸 선수를 선발하는 ‘예선전’에 비유했다.


정부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저가 수주를 막기 위해 사업비 5억달러 이상이면서 3개 이상의 국내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은 정책금융기관이 적정 가격을 평가해 그보다 낮게 입찰가를 써내는 회사에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이 해외 사업을 제대로 평가할지 먼저 의문이 든다.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입찰 전 몇 달 동안 해외 현장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사업을 평가해 입찰 가격을 정한다. 의도적인 덤핑 입찰 같은 경우를 빼면 그렇다. 그런데도 현지 사정에 따라 사업 기간이 늦춰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은 건설 전문가가 아닌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1~2주 안에 적정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 제대로 평가되면 좋겠지만, 평가 인력의 면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이 얼마나 정확히 평가할지 의문이다. 기계적으로 예상 입찰 가격을 가장 높게 써낸 1~2개 회사에만 입찰에 참가하도록 대출을 허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저가 수주 사업에 대출을 해줬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공사를 싸게 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입찰 기회를 잃는 역차별 우려도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이를 앞세워 다른 회사보다 싸게 공사를 할 수 있는데도, 단지 입찰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정책금융기관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국내 예선전’을 뚫은 건설사들이 정작 본 입찰에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함정도 있다. 최근 해외 건설시장에서는 중국 건설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에서 ‘높은’ 입찰 가격으로 예선전을 통과한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 등 외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붙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해외 발주사가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가격 하한선을 정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해외 발주자가 담합 시비를 걸 수 있고, 시비를 걸지 않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정한 수주 지침을 따르는 국내 건설사를 좋게 볼 리 없다.


건설업계의 ‘못된’ 수주 관행을 뜯어고치려고 팔을 걷어붙인 정부를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정부의 지나친 오지랖이 오히려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조선비즈 박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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