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건설업계에 던진 교훈


Putty-faced bloviator Donald Trump.

Photo by Mandel Ngan/AFP/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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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도널드 트럼프(미국 부동산 재벌이자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에게 그의 이름을 딴 주상복합빌딩 ‘트럼프월드’를 한국에 짓겠다고 제안했더니 설계를 맡을 건축가만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대형 건설회사 임원 출신인 부동산개발업체 김모 대표는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공화당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69)와 얽힌 예전 일화를 들려줬다. 2002년 완공된 서울 여의도에 있는 ‘트럼프월드’ 건립 제안에 트럼프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설계였다고 했다. 그는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먼저 만나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건물 색깔과 모양 등 구체적인 의견까지 내놨다.


당시 건설회사 개발팀장이던 김 대표는 “사업 전반을 담당할 건설회사 임원이 아니라 용역업체 소속의 건축가부터 만나 토론하는 트럼프를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 변신한 뒤 건축 디자인에 따라 건축 및 빌딩 수요자의 마음이 바뀌고 건축 도면의 선 하나에 수십억원이 왔다갔다하는 걸 보고선 설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국내 건설산업에서 설계는 ‘을(乙)’인 경우가 많다. 2008년 금융위기 뒤 건설회사들이 먼저 인력 감축에 나선 부문도 설계 연구개발 쪽이었다. 설계가 비교적 쉬운 아파트는 3.3㎡당 설계비가 정상 가격의 절반인 2만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창의적인 디자인보다 최저가를 제시한 설계 용역업체가 일감을 가져가는 게 대부분이다. 한 건축사무소 대표는 “건설회사들이 최저가 설계만 고르다 보니 일단 설계용역을 따낸 뒤 기존에 그렸던 도면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제출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건설회사들이 최근 해외 건설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도 플랜트 등의 설계 능력 부족으로 알려졌다. 설계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설계 및 감리를 맡은 외국 업체에 휘둘리기도 한다. “폐지 무게를 저울에 달아 가격을 매기듯 설계 단가를 가장 낮게 써낸 업체에 일을 맡기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건설산업은 계속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를 것”이라는 한 건축가의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경제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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