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 상록수/아름다운 사람/가을편지


상록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아름다운 사람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 오면

들판에 한 아이 달려 오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 하얀 눈 내려 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가을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다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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