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Mahler)의 9번 교향곡 과 클라우디오 아바도 Mahler - Symphony No 9 and Claudio Abado(VIDEO)

악상 기호로 가득찬 '말러(Mahler)의 오선지


시적인 문장까지도 악보에 써넣어

죽어가듯이 연주하라고까지 지시


말러 9번 교향곡의 극단적인 침묵까지도 지휘한 지휘자 아바도


Mahler - Symphony No 9


1 Andante comodo

2 Im Tempo eines gemächlichen Ländlers.

3 Rondo-Burleske. Allegro assai.

4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Lucerne Festival Orchestra

Claudio Abbado, conductor


가령,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연주하는 말러 9번 교향곡 4악장을 보자. 나는 여기서 ‘듣자’가 아니라 ‘보자’고 했다. DVD 원본이라면 좋고 그게 아니면 유튜브로 검색해도 좋다. 꼭 2010년 8월 루체른 실황 영상으로 봐야 한다. 죽음에 이른 말러의 실질적 유작이 9번 교향곡이다. 말러는 4악장을 ‘Adagio Sehr langsam’, 즉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고 쓰고는 덧붙이기를 ‘noch zuru..ckhaltend’, 즉 주춤거리며 연주하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9번 교향곡은 느리게 그리고 주춤거리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곡이 된다.


4악장의 마지막에 이르면 음량은 ‘pp’, 즉 아주 여리게 연주되다가 ‘ppp’를 거쳐 ‘pppp’까지 이르게 된다. 매우 여리고 극단적으로 여려져서 끝내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죽음에 이른 자가 마지막 숨을 쉬듯 연주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지점에다가 말러는 ‘ersterbend’, 즉 죽어가듯이 연주하라고까지 지시해 놓았다. 그리하여 아바도는 숨이 끊어질 듯한 지휘를 한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필사적으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겨우 겨우 들려온다. 아바도는 이 여린, 극단적으로 여린, 거의 들리지도 않는 현의 숨소리를 위하여 극장의 조명까지 서서히 어두워지게 하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아바도는 최후의 음표가 끝난다음에도(실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들리지도 않는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다.


 

이윽고 모든 연주가 끝났다. 그러나 지휘자도 연주자도 객석도,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모두가 숨죽이고 있고, 마침내 죽음이 드리워진다. 인간이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인 존재들, 그러므로 죽음을 승인하고 그 압도적인 힘을 경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것이 말러가 들려주고 싶은 것이므로 아바도는 악보에 표기된 ‘pppp’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침묵까지도 연주한다. 지휘자와 연주자와 관객은 3분 가까이 죽음 앞에서 침묵한다. 이 순간, 그 흔한 기침 소리도 핸드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말러의 도저한 허무주의 앞에서 침묵한 것이다.

(출처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글 일부 발췌)


by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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