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면허'가 동네북인가" - 조철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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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OO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A건설사. 이 회사는 OO시를 비롯해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16개 건축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민간 다세대주택 공사를 따내 시공하는 A사의 공사 금액은 사업장별로 3억원에서 8억원에 이른다. 설립된지 2년도 안된 신생 업체치고는 눈에 띄는 실적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불법 면허 거래 의혹이 짙다. 


건설 관련 기사 자격증을 빌려 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뒤 공사를 수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A사에 등록된 건설기술자는 단 한 명. 기술자 1명으로 16개 공사 현장을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업체는 건설 현장 1곳에 관련 자격증을 지닌 기술자 1명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 면허 거래. 토목·건축·조경기사 등 건설 관련 기술자 자격증을 사고 파는 것으로, 엄연한 불법이다. 불법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근절은커녕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전에는 다세대주택과 상가 등 소규모 건축 공사장 위주로 건설 면허가 주로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규모를 막론하고 불법 유통된 건설 면허로 문어발식 공사가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  


건설 면허 불법 유통의 가장 큰 병폐는 부실 시공 우려다. 주로 기사 자격증 1개당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이 면허 대여 비용으로 사용되다보니 그만큼 날림으로 건물을 지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면허를 빌려 시공한 개인업자는 건물 준공 후 자취를 감추기 일쑤다. 부실 공사가 드러날 즈음이면 면허 대여 업체 역시 이미 건설업 등록을 자진 취소하고 사라져버려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불법 행위가 판 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면허를 빌려주는 쪽이나 빌리는 쪽이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건설사는 수행 프로젝트가 많아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기술자 수를 충족하지만, 영세 중소업체들은 고정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편법으로 건설업 면허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는 일감이 없는 기간에는 기술자 보유 기준에 모자란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하고, 4대 보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경상비를 줄이다 일감이 생기면 현장에 투입할 기사를 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동네북’이 따로 없다. 


건설기술자가 시장 수요보다 많이 배출되면서 수급 균형이 깨진 것도 불법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20년 전만해도 토목·건축·조경기사 대여료는 연간 3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자가 넘쳐나면서 대여료가 연간 200만~500만원대로 떨어졌다. 자격증이 불법 대여되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대여료 역시 낮아져 업체 입장에서는 불법 거래의 유혹에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불법 면허 대여자와 상대방, 알선자 모두 건산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3000만원 가까운 벌금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령, 벌금이 3000만원이 된다고 치자. 면허 거래로 수억~수십억원을 챙긴 업체가 고작 3000만원의 벌금이 무서워 불법 행위를 그만두겠는가. 


건설업 면허 불법 대여는 지역을 달리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 착공 정보와 시공사 정보, 그리고 현장 배치 기술자 현황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면 기업 규모나 시공 능력에 걸맞지 않게 과다 착공한 업체 중 불법 면허 대여를 걸러낼 수 있다. 아울러 건설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무자격업자에게는 면허를 빌려주지 않겠다는 업계의 자성 노력도 필요하다.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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