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주택기금' 5천억 원, 사람 살지도 않는 임대아파트에 사용

역대 최악의 전세난 속

분양율 11%에 불과한 아파트에 투자


부영월산사랑으로. 부영은 올해 임대아파트 6573가구를 공급해 5848가구를 미분양냈다. 

주택기금 5030억이 사람이 살지도 않는 임대아파트 짓는데 쓴 것이다. 사진/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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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주택기금(국민주택기금)이 꼼꼼한 검토없이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전세난 속에서도 세입자가 찾지 않는 곳에 지어지는 임대아파트에 정부는 수천억원의 주택기금을 건설사에 지원해 주고 있다.


주택기금은 국민주택과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주택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기위해 만들어졌다. 가구당 최대 9000만원 이내에서 10년~20년간 저리에 대출해 주고 있다.


1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민간 임대아파트 최대 공급사인 부영은 올해 전국 4개 단지에서 6573가구를 임대공급했다. 하지만 청약률은 11.1%로 참담하다. 전국이 전세난에 시달리며 심각한 임대주택 수급불균형을 보이고 있지만 무려 5848가구가 임대 수요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부영은 지난 5월 경기도 남양주 월산에서 '사랑으로' 2292가구를 공급했지만 226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달 경남 양산 '물금지구'에서도 1365가구를 공급했으나 90가구 만이 청약신청했다. 앞서 4월에는 여수 웅천에서 2076가구를 공급했지만 1694가구나 남았다. 포항원동은 840가구 공급에 616가구가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전세난 속에서도 세입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이 임대파트들은 모두 정부의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됐다.


2263가구를 미분양을 남긴 남양주 월산지구의 경우 가구당 59㎡형은 5900만원, 84㎡형은 8400만원을 지원했다. 59㎡형의 건축비가 1억600만원대, 84㎡이 1억46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60%나 나랏돈으로 짓는 셈이다.


청약결과로만 보면 월산지구에서만 주택기금 1694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이렇게 부영은 올 상반기 4개 단지에 무려 5030억원이 넘는 도시주택기금을 사람이 살지도 않을 아파트를 짓는데 썼다.


남양주시 전셋값은 올들어 5.56% 올랐다. 전국 평균 3.31%를 크게 상회한다. 남양주시와 연접한 하남시는 8.19%로 전국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일대에 삼각한 전세난이 일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월산 부영 사랑으로'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도심과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생활편의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영이 짓는 대부분의 임대아파트 단지가 비슷한 주거여건을 가지고 있다.


남양주 거주자 A씨는 "월산지구가 있는 화도읍은 남양주에서 서울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이다. 경춘선 마석역 이용도 쉽지 않다. 주변에 마땅한 생활편의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보증금 1억6000만원에 월세 57만원을 낼 세입자를 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공급확대는 모든 정부의 숙제임을 감안할 때 부영 정도의 상환능력을 갖춘 공급자가 기금으로 임대아파트를 짓는다면 입지여건까지 검토할 필요가 없이 무조건 지원해 숫자를 메울 것"이라고 귀띔 했다.


분양 폭증에 따른 공급과잉, 주택보급률 100% 돌파, 인구 하향추세, 정체된 경제성장를 감안할 때 공급실적 맞추기에 치우친 무분별한 민간임대아파트 주택기금 지원제도는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집은 부족한데 인구가 늘고 산업화가 빨랐던 과거에는 임대를 지어놓으면 장기적으로 임차인을 채울 수 있었지만 최근의 흐름을 감안하면 무분별한 임대공급은 향후 사업자와 기금의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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