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가 '건설안전관리'의 중심이다" -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지난기사]2014.03.03 


 

  지난해 12월 19일 부산 북항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로 근로자 4명이 사망했다. 


신축 중인 교량 슬래브 부분의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콘크리트 하중을 받치고 있던 브라빛 형태의 가설 동바리가 무너져 작업자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 사고였다. 


사고 원인은 가설 동바리에 대한 사전 안전설계가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설계단계에서 수평하중의 안정성 검토가 생략되어 결국 가설 동바리가 옆으로 휘어지며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전에 가시설을 안전하게 설계하여 동바리에 가새재를 보강만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였다. 물론 공기에 쫓겨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도 사고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7월 30일 발생한 서울 방화대교 붕괴사고도 설계하중보다 큰 시공하중이 발생하여 붕괴된 것으로 밝혀졌고, 같은 시기에 일어난 울산 물탱크 붕괴사고는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는 고장력볼트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으나 가격이 싼 일반볼트로 시공하다 시공 중인 탱크 접합면이 찢어지며 15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들 사고는 모두 기술적 위험요인과 품질관련 위험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처럼 최근 연속해서 발생한 대형사고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적 위험요인(risk)이 발단이 되어 일어났다. 즉, 대형사고는 안전장치, 안전시설 등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예방할 수 있는 위험요인 보다는 설계, 품질, 시공 등 기술적인 위험요인과 함께 돌관작업(주야간 공사), 공기단축, 저가예산 등 환경적인 요소가 간접적으로 연결된 형태의 종합적 위험요인이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의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획, 조달, 설계, 시공, 사용, 유지보수 등 건설공사 싸이클의 모든 단계에서 품질, 원가, 공기 등 모든 요소가 안전과 연계되어 위험이 평가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유럽 등 안전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종합적 안전관리의 주체를 발주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제도화하고 있다. 시공단계 이전의 위험요인이 건설현장 사고의 60%임을 인식하고 기획, 발주단계에서 발주자가 종합안전감독자(safety coordinator)를 선임하여 건설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CDM, construction design manage-ment ; 안전설계 및 관리제도) 운영하여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의 경우 아직은 원청 시공사 중심의 시공단계 안전관리체제를 운영하다 보니 설계단계의 기술적 위험요인,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및 저가입찰 등 발주단계의 환경적 요인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미흡하고 사고발생의 책임에서 발주자가 자유로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건설산업의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시공사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뛰어넘어 안전 선진국처럼 모든 건설산업 관계자가 참여하고 의사소통하는 발주자 안전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등 건설안전 관리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600여 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부상을 입고 있다. 한해 40여 명이 사망하는 영국 건설산업과 비교해 볼 때 국내 건설산업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냉철한 고민과 혁신이 시급하다. 


최근 서울시가 방화대교 사고, 노량진 수몰사고 등 2건의 대형사고 이후 발주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고민하고 구조기술사, 안전기술사 등 기술안전 전문가를 특별 채용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작은 변화가 우리나라 건설산업에 발주자 중심의 건설안전관리체계를 제도적으로 정착하고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 전문기술위원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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