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7%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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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

2015.04.24

한국방송은 2015년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제도’가 타당한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변리사들은 "전문분야에 무슨 자동 자격이냐, 제도 초기에 사람이 모자라 자동자격을 주었지만 정규 인력이 배출되면 자동자격은 없어진다. 전 세계에서 자동자격이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뿐이다. 전문 업무를 할 자질도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자동자격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변호사단체는 "처음부터 변호사 업무였다. 변호사업무는 대(大)이고 변리사 업무는 소(小)이고, 대는 소를 포함하므로 자동 자격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맞서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방송의 여론조사는 관심거리였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여론조사에 누가 참여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사자인 변리사와 변호사가 많이 참여했을 것이고, 이들 권유를 받은 일반 시민이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비록 주변에 권유했다 하더라도 의사표시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달려있습니다.

나흘 동안 조사 결과는 놀랍습니다. '93.7%가 자동자격을 폐지해야 한다.'로 나왔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자동자격제도를 설명하면 ‘아직도 그런 제도가 있나?’하며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짓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보편적인 생각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온 것입니다.

어떤 조사에서 90%가 넘는 결과는 매우 이례적일 겁니다. 참여한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예전 북한이나 중국의 인민대회장 같이 통제된 사회에서나 나오던 숫자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열린 공간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참여한 조사 결과가 그랬습니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즈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깥에서 서성이며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날 변협회장이 자기 회원들에게 보낸 아래 쪽지글로 대신합니다.

회원 여러분, 

변리사에게 특허소송 공동대리권을 부여하는 것과 변호사도 변리사 등록 전에 실무연수를 받도록 하는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원욱 의원 대표발의)’과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제도의 전면 폐지를 담은 ‘변리사법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의원 대표발의)이 어제 개최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원회에서 통과될 위기에 놓여졌습니다만. 

집행부는 직접 국회로 가서 법안통과를 저지시켰습니다. 

변협은 금번 4-5월 임시국회에서 법안통과를 무산시킨 것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우리의 직역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4. 21.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하창우

법안통과를 저지하고 무산시켰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요? 정상적으로 심의하도록 내버려두면 통과될 것인데,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억지로 막았다는 뜻이겠지요.

변호사법 1조(사명)는 '①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회정의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머릿속이 어지럽습니다.

사회정의가 이런 것일 수 없습니다. 제도가 비정상이라면 깨끗이 걷어내 주는 게 사회정의입니다. 정상화하자는 법을 저지하고 무산시키는 것이 어찌 사회정의이겠습니까. 힘으로 막으려면 막을 수 있지만, 벗기에 아쉬움도 있더라도 내 옷이 아니라면 벗어버리는 것! 그렇게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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