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입찰참가 제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자유광장이 이번에 준비한 주제는 ‘국내 주요 건설사의 공공공사 입찰참가제한제도’입니다. 


건설업계의 해묵은 관행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던 ‘담합’의 후폭풍이 낳은 이 제도를 두고, 업계를 비롯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건설사의 부정을 벌하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오히려 유사한 해외 사례에 비해 지나친과잉 제재이자, 국내 주요 건설사의 해외 건설 위상 하락, 국책사업 마비, 고용 감소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죠. 해외 건설산업 활성화를 향해 큰 돛을 올리고 있는 중요한 이때, ‘공휴일궤’의 역풍을 몰고 온 건설사 입찰참가제한제도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입찰참가제한제도를 둘러싼 주요 문제는 이것!

주요 국가 입찰참가제한제도


다른 나라의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어떤지 살펴볼까요? 보다시피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입찰 담합에 금전적인 제재를 주로 하고 있고, 입찰참가제한은 의무가 아니라 재량사항인데요. 제한 처분을 받았더라도 전체 공공공사가 아닌, 개별 발주기관 공공공사만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라 경미한 사유라도 최저기준인 1개월의 입찰참가제한처분을 필수적으로 부과하게 돼 있어 이를 피해갈 수 없는데요. 특히 공공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는 수개월 입찰참가제한만으로도 파산할 수 있어, 헌법상 직업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잉 제재라고 보는 이유는, 한 번의 입찰 담합만으로 받게 되는 제재가 무려 최대 6가지라는 점!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으로 과징금, 벌금 등 큰 액수의 금전적 제재를 받고도, 사실상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입찰참가제한 처분까지 받게 돼 있다는 것이죠. 


입찰 담합 건설업체에 대한 중복 제재 현황



100대 건설사 중 51개사나 입찰참가제한?!

그렇다면 이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국내 주요 건설사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전경련이 분석한 결과, 2010년경부터 현재까지 건설사 입찰 담합 혐의로 ‘공공공사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회사는 총 60여 개였는데요. 회사마다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6년 3개월까지 처벌을 부과받았고, 이 중에는 시공 능력 100대 기업 중 51곳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업체들에 대한 입찰참가제한이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국책사업은 거의 불가능해질 텐데요. 댐, 철도는 수주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 한 곳, 지하철, 교량, 관람시설의 수주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어 공공공사 입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올해는 해외 건설 진출 50주년이 되는 해로, 해외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까지 200억 달러가량만 남겨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요. 하지만 최근 계속된 국내 입찰 담합 제재로, 해외 건설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주를 진행 중인 해외 발주처에서 해명자료를 요청하거나 사업 참여 배제 가능성 등 우려를 표명하는 일이 잦다고 하죠. 

또 60여 개 건설사의 입찰참가제한이 실현된다면,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건설은 서비스업 다음으로 고용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인데요. 대형 건설사만 해도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 등 전후방 연관산업 종사자들의 수가 상당합니다. 


어마어마한 예상 손실액! 기존 입찰참가제한 해제는 필수적


주요 6개 건설사 입찰참가제한 시 예상 손실액


한편 각종 대형 공공공사 수행이 가능한 주요 6개 건설사만 분석해도, 과징금 합계가 7,884억 원, 입찰참가제한 기간을 단순 합산하면 30년이 넘어가는데요. 중복되는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의 입찰참가가 제한되는 기간은 최소 24개월로 추정됩니다. 전경련이 공공공사 수주액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이 기간 안에 공공공사를 수주하지 못할 경우 손실액은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건설산업의 담합은 지금까지 최소한의 수익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가 낙찰제’, 낙찰과 무관한 매몰비용인 설계비만 수천만 원인 ‘턴키입찰’(설계·시공 일괄입찰), 경쟁을 제한하는 ‘1사1공구제’ 등의 제도적인 문제로 유발된 측면이 큰데요.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부 수정하기로 발표했으나, 입찰참가제한제도 자체의 위헌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담합을 유도한 건설산업의 제도적 문제점,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입찰참가제한제도, 중복 제재, 어려운 건설업계 현황 등… 전반적으로 고려해도 지금은 기존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해제해, 기업들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혜안이 필요한 때인데요. 자유광장은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건설산업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기업정책팀 이정은 선임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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