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 '지식재산권'의 중심이 되려면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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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 지식재산권의 중심이 되려면

2015.02.04


작년 9월 중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전문가단체장회의(Global IP Practitioners Networks Summit Meeting)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해가 6회째로 4회 회의는 서울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국제 관심사와 현안 문제를 토론합니다. 회의에서, 한국에서 각 현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묻는 의견이 꼭 나옵니다. 우리의 움직임은 국제 사회에서 관심거리입니다.

지난 10월 하순에는 미국지식재산법협회(AIPLA, 미 지재협) 정기총회에 초대받아 참석했습니다. 먼 길을 가는 김에 그쪽 집행부와 합동이사회를 열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사실 정기총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이 참석하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를 위해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회장과 사무총장이 바뀌는 때이어 상당히 번잡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미 지재협은 우리와 45분 동안 합동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우리 쪽 참석자는 5명인데 그 쪽은 무려 13명이 참석했습니다. 그 속에는 현 회장과 차기 회장, 현재와 차기 사무총장, 전임 회장 등 미 지재협을 이끄는 주요 인사가 거의 다 포함됐습니다. 인적 균형이 맞지 않아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합동이사회가 끝난 뒤 총회장에서 한국에서 온 여러 변리사를 만났습니다. 그들에게서 장내 방송으로 "한국에서 대한변리사회장이 참석했다.”고 소개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국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지식재산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특허출원 수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5위입니다. 우리 특허청은 지식재산분야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5대국 특허청장 회의를 제안하여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출원된 특허기술을 공개할 때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2007년 9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43차 총회’에서 18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PCT) 국제 공개어로 채택했습니다. 한국어는 포르투갈어와 함께 세계 10대 국제 공개어가 되었고, 2009년 1월부터 한국어로 국제특허출원을 합니다. 한글은 국제어에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우리 국력 덕분입니다.

지식재산분야의 지표는 연구개발투자와 연구능력을 종합 평가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각 분야의 수준이 대개 10위에서 15위권인데, 지식재산분야는 평균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우리 제도는 다른 나라가 도입하려고 눈독을 들일 정도로 관심을 받는 제도입니다.

우리 제도나 정책은 우리 독자성으로 설계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우리 제도에는 아직도 일본제도 그대로인 것이 많습니다. 특허법을 보면 그 생각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특허요건을 규정한 특허법 29조가 일본법과 조문 번호까지 같습니다. 일본변리사회가 회의와 세미나에서 우리 제도를 물을 때마다 난감합니다. 조문 번호만이라도 당장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세계 각국 변리사회와 교류하면서, 각국 변리사제도를 살펴봤습니다. 우리 변리사 제도가 세계 최고입니다. 우리 변리사 제도는 196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때는 기술을 개발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선배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지식재산 전문가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지식재산이 선진국이 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란 것을 알아챈 예지가 있었나 봅니다. 한편, 문제도 있습니다. 변리사법에 보장된 특허소송대리권을 합리적 이유도 없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 변리사가 모자라 도입된 자동자격이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이런 것은 비정상입니다. 이런 비정상을 고치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럽고, 전 세계에서 모범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제도입니다.

우리 앞날은 우리 정체성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딴 나라를 기준 삼아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다움이 세계의 기준이 될 때 우리 것이 자연스레 세계 최고가 됩니다. 올해는 우리 독자성을 다지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식재산에서도 우리 것을 다지면, 그게 세계 최고입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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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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