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도의 꿈 - 김영수 건축사


영화 '건축학개론'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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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식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1000명이 넘는 5년제 건축학과 졸업생이 사회로 나올 것이다. 건축업계의 선배로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후배들을 축하하면서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새해 사회와 나라에 바라는 소망을 묻는 질문에 20대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노력만큼 보상받고,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다.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른 세대에서는 모두 5위 내에도 들지 못한 소망이었다. 젊은 층이 취업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건축 설계 교육은 1999년 국제건축사연맹(UIA) 협정에 의해 국제 상호인증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5년 이상의 정규교육과정을 거친 뒤 실무수련 즉 인턴과정을 마쳐야만 비로소 건축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편됐다. 

변경된 교육제도 아래에서 2014년 현재까지 1만1984명(연평균 약 1498명)의 5년제 건축학과 졸업생이 배출됐다. 2014년도 5년제 건축학과 개설학교 수는 73개, 입학정원은 2854명에 이른다.

그러나 건축 설계를 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가 보통의 4년제 대학보다 긴 5년의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졸업한 건축학과 졸업생 중에 정작 건축 설계의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건축사사무소 취업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졸업생의 사무소 취업률은 2008년 56%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2013년에는 29%로 반 토막이 났다. 꿈을 좇기에는 그들을 기다리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해도 연봉 3000만원에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과중한 업무가 기다린다. 소형 아틀리에 사무소는 2000만원의 연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합격률이 겨우 10% 정도에 머무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건축사가 되어도 1년 수입은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에 비해 최하위권에 머문다. 우리나라에서 건축사는 교육비만 많이 들어가고 실제 수입과 명예는 낮은 전문직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학과 졸업생의 70% 이상이 건축사 되기를 포기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건축과 이와 연계되는 건축문화의 미래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건축학도들의 미래를 열어줄 건축사 업무 대가 현실화, 신진건축사의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신진건축사 발굴·육성을 겨냥한 설계공모 확대와 역량 있는 신인이 등용되는 선순환구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어느 국가든 그 기초는 젊은이들의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그 기초를 더욱 튼튼히 쌓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의 문이 열려야 한다. 이는 건축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축학도의 꿈이 이루어지는 사회, 젊은이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사회를 꿈꿔본다.
김영수 건축사


"from past to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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