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50대' 창업, 성공하려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소자본 바람직 
타깃 고객 명확히 정해 입지 선정 

감당할 만한 노동 강도·적성 중요 
당장 수익보다 긴 안목 업종 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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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50대 후반의 최 모 씨. 지난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그는 아내와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았다. 퇴직하고 이렇다 할 수익도 없고 두 자녀가 모두 대학에 다니고 있어, 자본금 3억 원 정도를 준비해 커피 전문점을 했으면 하고 공단을 방문, 상담을 신청했다.

사례 2.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박 모 씨. 아들, 딸 모두 결혼해 당장 돈 들어갈 일은 없다. 하지만,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창업해 노후를 좀 더 풍족하게 보내고 싶어, 최근 부산시노인취업교육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4일간의 '노인 창업 교육'을 들었다.

'창업을 해 아이들 교육비 부담만이라도 덜어 볼까?' '내 가게 하나 차려 남은 노후를 좀 더 편안하게 보내 볼까.' 직장에서 일하다 정년이 돼 퇴직한 최 씨처럼 아이들 교육 문제로 창업 시장을 노크하거나, 박 씨처럼 평소 창업에 관심 있는 노인이 부쩍 늘고 있다.

 

2012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 자영업자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대체로 높은 편이다. 실제 30대 미만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자영업자(가구주 기준) 중 0.8%에 불과하지만, 30대는 11.5%, 40대는 27.8%, 50대는 31.0%, 60대 이상은 28.9%였다. 

하지만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었다간 큰코다치기 일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윤상엽 부산중부센터장은 "시니어(여기서는 50대 이상의 퇴직자를 말함)나 노인의 경우, 무턱대고 창업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마음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의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중한 창업 자금만 손해 본 후 폐업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시니어·노인 창업 시 이것부터

예전처럼 현역에서 물러나 한가롭게 은둔해서는 남은 삶을 살아가기가 힘들다. 그 무엇도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그렇지만,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창업하게 되면, 한순간에 창업 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

특히 퇴직이나 실직 후 생계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막무가내식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드시 창업교육을 받을 것"을 권했다. 부산시노인취업교육센터에서는 시니어나 노인들의 다양한 창업·재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윤 센터장은 "노인 창업의 경우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하며, 많은 자본을 투자하기보다는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창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위 '몰빵'했다가 인생 후반기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창업할 업종의 대상이 되는 고객이 많이 존재하는 상권인지, 그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구매력을 갖췄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고객 타깃을 명확히 해 상권을 분석하는 것은 창업의 기본이다. 

노인 창업의 경우 특히 자기 체력에 맞는 창업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처럼 24시간 운영하는 업종은 맞지 않는다.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관심분야에 대해 창업하는 것도 전략

지난 16일 부산시노인취업교육센터에서 노인 창업 교육을 했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강현화 팀장은 "시니어 세대들은 대부분 주변의 권유에 따라 쉽게 아이템을 결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엇보다 창업자 본인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창업을 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절임식품이나 장류 관련 산업, 반찬 전문점은 특히 노년의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경력이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자기 전문성을 가진 아이템에 주력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사무직 퇴직자의 경우 관리 분야의 판매 업종이 바람직하다. 사무용품 전문점이나 건강기능식품 전문점 등이 여기에 꼽힌다. 노동 강도도 높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술직 퇴직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살린 서비스 업종을 고르는 것이 좋다. 또 나이 든 사람과 손자, 손녀를 함께 묶어 볼 수도 있다. 유아·에인절 산업과 실버산업은 연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적합한 업종, 어떤 게 있을까?

전문가들은 시니어나 노인 창업의 경우 당장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생소한 아이템이나 무점포 창업 등 인프라가 부실한 업종이나 포화 상태에 이른 생활 밀접형 업종도 주의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노인에게 적합한 창업 아이템으로 여가를 활용한 여행 관련 상품이나 노인 복지를 위한 생활용품, 건강식품이나 노인 편의용품, 노인들만의 담소를 즐길 수 있는 휴게 음식, 노인들의 식사배달 서비스업, 도시락업을 추천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 산업이 여기에 맞게 따라가기 때문에 이들 아이템은 참고할 만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충고이다. 

창업도 잘해야 되지만 청산도 잘해야 한다. 언제 손을 털지 잘 판단하는 게 사업을 잘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적절히 들어갈 때와 나올 때를 아는 것도 사업가의 능력이란 점도 잊지 말자.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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